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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저자세 굴욕외교 국민 분노 키워
  • 이윤낙 발행인
  • 등록 2023-04-17 10:24:39
  • 수정 2024-02-28 16: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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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유출된 기밀문서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실이 도청된 정황이 드러나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서에는 전자장비로 수집된 정보를 뜻하는 ‘SI’ 코드가 명기돼 있는데,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 “국가안보를 지키는 데 필요한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도청을 시인했다.

 

앞에서는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한다’면서 뒤로는 주권 국가의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 도청의 불법을 저지른 미국의 행위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악의적인 도청은 아니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망언으로 국민들 속을 뒤집어 놓고 있다. 도청에 무슨 선의가 있다는 말인가? 외국 기관이 우리 영토 안에서 법을 위반한 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는데 이를 모른체하는 것은 국가의 근간인 법체계를 팽개치는 일이자 국가의 주권과 독립성을 포기하는 일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강력히 항의하고 진상을 조사하고 필요하면 수사도 해야 하고 그 결과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도청을 한 미국은 선의로 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고 국내 반대 세력이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오히려 화풀이 하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굴욕 외교다. 일제가 우리 국민들을 강제 동원해 인권을 유린한 악행에 대해 대법원이 ‘가해 일본 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확인한 판결’을 했는데 뜬금없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들고 나와 삼권분립의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법적 분쟁의 최종 심판자인 대법원의 권위가 무너지면 국가의 법치는 질서를 잃게 됨에도 정부가 앞장서 대법원의 판결에 반하면서까지 일본에 퍼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 정부가 일본에 일방적으로 ‘통큰(?)’ 양보를 했음에도 최근 일본 정부는 공식 외교문서에 한국의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방안은 기술하면서, 일본의 ‘역대 내각 역사 인식 계승'은 아예 빼버려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본이 11일 내놓은 ‘2023 외교청서’에는 “3월6일 한국 정부는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 표현)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말한 내용은 쏙 뺏다. 그뿐 아니라 독도가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부당한 영유권 주장은 계속 하고 있다. 

 

이런 일본에 대해 김태효 안보실 차장은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일본이 깜짝 놀랐다. 이렇게 하면 한국 국내 정치에서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는 말까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서슴없이 했다.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굴종외교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듯한 태도가 놀랍기만 하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게이오대학 연설에서 “조선은 원래 일본 영토”라고 주장한 메이지 시대 사상가 오카쿠라 덴신의 말을 인용해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저자세 외교, 굴욕적 퍼주기 외교에 대한 국민적 의혹에 대해선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오직 “구국의 결단”이라고 강변한다. 언제 나라가 망하기로 했단 말인가 아니면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위배하면서 일본에 구걸하는 것이 구국이라는 말인가. 특히, 일본이 독도, 위안부, 후쿠시마 오염수 등 민감한 현안을 거론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랐지만, 정부는 계속 말이 바뀌는 등 모호하고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국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최근 이러한 정부의 불통적 무책임한 외교 태도에 대해 시민단체는 물론 각 대학 교수들과 종교계가 앞다퉈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이 사법부의 최종 판단까지 부정하면서, 강제동원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도 않는 일본 쪽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분노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윤 대통령과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하루 속히 정상적이고 균형있는 국익 우선의 외교로 돌아서기를 바란다.


[전 세계한인언론인연합회 회장 이윤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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