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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언론 갑질하는 주중대사관..... "취재 '허가제' 통보"
  • 이다인 기자
  • 등록 2024-04-30 14:39:12
  • 수정 2024-04-30 14: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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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베이징 특파원 35명 성명 발표 "정재호 대사, 대언론 갑질 멈춰라"
  • 윤대통령 친구 정재호 대사 '갑질'에 교민들도 비난

정재호 주중국 대사. 연합뉴스 


대사 갑질 의혹으로 외교부 감찰 조사를 받은 주중한국대사관이 이번에는 특파원의 대사관 출입과 취재를 크게 제한하는 조치를 일방 통보하자 특파원들이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반발에 나섰다.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 언론 특파원들은 30일 "24시간 전에 취재허가 받으라니…정재호 대사, 대언론 갑질 멈춰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29일 오전 주중한국대사관은 베이징 특파원단에 "5월 1일부터 특파원의 대사관 출입이 필요할 경우, 최소 24시간 이전에 출입 일시, 인원, 취재 목적을 포함한 필요 사항을 대사관에 신청해야 한다"면서 "신청 사항 검토 후 출입 가능 여부 및 관련 사항을 안내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에 특파원들은 성명에서 "기존에 큰 제약이 없었던 특파원들의 대사관 출입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고, 취재 목적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보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최근의 언론환경을 고려했을 때, '24시간 이전 신청'은 취재 원천 봉쇄 조치"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통보는 지난달 말 한국 언론사들이 정재호 대사의 갑질 의혹을 보도한 이후 나왔다"면서 "이는 '불통'을 넘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파원의 대사관 출입 제한 결정은 정 대사의 독단적 판단과 사적 보복이 아닌지 의심된

다"면서 "지난 3월 말 정 대사의 갑질 의혹 보도 이후에는 대사관 명의로 특정 언론을 지목해 '최전선에서 국익을 위해 매진하는 대사관의 직무수행을 방해했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고 설명했다.


특파원들은 그러면서 "주중대사관이 특파원의 취재 활동을 지원,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불통과 탄압으로 일관하는 현 상황은 심각한 국익 침해"라며 "베이징 특파원 일동은 주중한국대사관의 출입 제한 통보 즉각 철회와 기형적인 브리핑 정상화, 그리고 정 대사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재중교민사회는 주중대사관의 이러한 조치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베이징에 살고 있는 한 교민은 "애초 주요국인 주중대사에 외교 경력이 없는 교수가 대사로 임명되면서 윤대통령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라는 인맥이 작용한 것이라는 말이 많아 걱정했는데, 결국 대사관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과 특파원들에 대한 사실상의 취재 허가 조치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성명에는 베이징에 주재하는 한국 언론 특파원 36명 가운데 35명이 이름을 올렸다.



▶ 성명 전문
"24시간 전에 취재허가 받으라니… 정재호 대사, 대언론 갑질 멈춰라"

주중한국대사관은 29일 오전 베이징 특파원단에 "5월1일부터 특파원의 대사관 출입이 필 요할 경우, 최소 24시간 이전에 출입 일시, 인원, 취재 목적을 포함한 필요 사항을 대사관 에 신청해야 한다"면서 "신청 사항 검토 후 출입 가능 여부 및 관련 사항을 안내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기존에 큰 제약이 없었던 특파원들의 대사관 출입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고, 취재 목적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보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최근의 언론환경을 고려했을 때, '24시간 이전 신청'은 취재 원천 봉쇄 조치다. 특히 이번 통보는 지난달 말 한국 언론사들이 정재호 대사의 갑질 의혹을 보도한 이후 나왔다. 이는 '불통'을 넘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무엇보다 대사관이 제시한 특파원 출입 제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대사관은 "최근 한 언론사가 사전 협의 없이 중국인 직원과 함께 대사관 내부에 들어와 촬영하는 '보안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출근 시간 갑질 의혹에 대한 대사의 의견을 직접 듣고자 대사관 뜰 안에서 현장 취재를 시도했다. 대사관은 이를 '보안 문제'로 둔갑 시켜 특파원들에게 출입 제한 조치를 통보한 것이다. 한국 방송사 베이징 지국에서는 촬영 인력을 현지 직원으로 채용한 경우가 대다수고, 대사관은 과거 사전투표 취재 등 주요 행사에서도 이들의 출입을 막지 않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들의 출입을 문제 삼은 것은 '영상 보도'를 하지 말란 말과 같고, 특파원 탄압을 위한 핑곗거리 찾기에 지나지 않는다. 중 국인 직원 출입을 이유로 들면서 한국 특파원 출입을 제한하는 것도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사관의 이번 결정은 다른 해외 공관의 사례를 봐도 이례적이다. 미국 워싱턴과 프랑스 파리 등의 우리 대사관에서는 특파원들에게 사전 출입 신청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다. 특파원들이 우리 국민을 대신해 대사관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특파원의 대사관 출입 제한 결정은 정 대사의 독단적 판단과 사적 보복이 아닌지 의심된다. 정 대사는 임기 내내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왔다. 모 언론사가 비실명 보도 방침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부임 후 1년 7개월째 한국 특파원 대상 월례 브리핑 자리에서 질문을 받지 않고, 이메일을 통해 사전 접수한 질문에 대해서만 답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정 대사의 갑질 의혹 보도 이후에는 대사관 명의로 특정 언론을 지목해 "최전선에서 국익을 위해 매진하는 대사관의 직무수행을 방해했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미중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로 한중 관계가 변곡점에 놓인 상황에서 주중대사관이 특파원의 취재 활동을 지원,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불통과 탄압으로 일관하는 현 상황은 심각한 국익 침해다. 베이징 특파원 일동은 주중한국대사관의 출입 제한 통보 즉각 철회와 기형적인 브리핑 정상화, 그리고 정 대사의 사과를 요구한다.

2024년 4월 30일 베이징 한국 특파원 일동
강정규, 권란, 김광수, 김민정, 김현정, 김효신, 박은하, 박정규, 박준우, 배삼진, 배인선,  송광섭, 송세영, 우경희, 윤석정, 이도성, 이명철, 이벌찬, 이석우, 이우중, 이유경, 이윤상,  이윤정, 이지훈, 이창준, 이해인, 임진수, 정범수, 정성조, 정영태, 정은지, 조영빈, 조용성,  최현준, 홍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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