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공장
【더플라자글로벌=워싱턴/서울】미국 반도체 육성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던 삼성전자의 텍사스 테일러 칩 공장 가동이 또다시 연기됐다.
47억 달러(약 6조 5천억 원)의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은 이 공장은 여전히 장비 설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태로, "고객이 없어 설비를 가동할 수 없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3일 일본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내부 관계자는 “삼성은 현재 고객 수요 부족으로 장비 반입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면서 “지금 기계를 들여와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칩 공급망 관계자도 “계획된 공정 노드가 더 이상 시장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존 4나노(nm)에서 2나노 고도화로 설계를 바꾸는 데 따른 비용 부담도 지적했다.
삼성은 테일러 공장에 두 개의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라인과 R&D 센터를 짓고 있으며, 총 370억 달러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CHIPS법(반도체과학법)에 따른 직접 보조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생산 개시는 당초 2024년 → 2026년 → 2027년으로 연기, 실질적인 고객 확보 없이는 대량 양산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렌드포스의 애널리스트 조앤 치아오는 “미국 내 설비 가동률이 업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삼성은 미국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미 테일러 공장 건설 공정을 99.6%까지 완료했으나, 장비 주문을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이로 인해 공장 완공 이후 3~6개월 내 장비 반입이 정상인데, 시간이 지체될수록 수입 장비에 대한 고관세(최대 25%)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한 대에 최대 5,000억 원에 달하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 리소그래피(EUV) 장비를 들여올 경우, 관세만 수백억 원대에 이를 수 있어, 삼성전자는 투입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반도체 인력 부족과 이에 따른 현지 채용 비용 증가 역시 진입 장벽으로 작용 중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며, 테일러 공장은 2026년 생산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일정과 고객 확보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미국 반도체 산업 재건 전략의 현실적 한계를 드러낸다고 평가하고 있다. TSMC 역시 애리조나 공장에서 누적 88억 위안(약 1.6조 원)의 손실을 보고한 바 있으며, 공급망 구축·인력 확보·수요 기반 부족 등 복합적 난제가 해외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삼성전자의 행보는 향후 미국 반도체 전략의 향방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