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주변에서 ‘Return the military to the barracks’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시위대의 장면.
2025년 8월 말부터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시위의 불씨는 국회의원들의 고액 주택 수당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서 비롯되었으나, 이후 부패, 경제 불평등, 경찰 폭력, 민주주의 후퇴 등 다층적인 불만으로 확산되며 국가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월 최대 5천만 루피아(약 460만 원)의 주택 수당이 있다. 인도네시아 평균 노동자 월급이 약 300만 루피아(약 28만 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격차가 두드러졌고,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와 맞물려 국민의 불만은 들끓었다. 일부 의원들의 “출퇴근이 불편하다”, “의회 해산은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발언은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분노는 온라인 플랫폼 틱톡 등에서 먼저 확산되었으며, 빈곤층의 일상과 정치인의 사치가 대비되는 영상이 화제를 모으며 시위 동력을 축적해왔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8월 28일,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린 시위 중 오토바이 배달원 아반 쿤야완(Avan Kunyawan)이 경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었다. 그의 죽음은 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졌고, 수라바야·메단·족자카르타 등으로 시위가 번졌다. 국민적 애도와 분노는 시위의 성격을 경제적 불만에서 정부 폭력 반대로 확장시켰다.
이후 시위대는 의원 수당 폐지 외에도 경찰 개혁, 경찰청장 사퇴, 군부 정치개입 중단, 자산 몰수법 제정 등 전방위적 요구를 제기하며 연일 거리로 나섰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집권 당시 연 8%의 경제 성장을 약속했으나, 현실은 인플레이션 상승(1.8~2.4%)과 생필품 가격 급등, 외국인 투자 감소 등으로 얼룩졌다. 특히 쌀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에 직격탄이 되었고, 정부의 무료 급식 사업을 위한 재정 삭감은 교육·보건 예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빈곤율 수치는 공식적으로는 감소 추세지만, 실제로 세계은행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인구의 68.3%가 여전히 빈곤 상태라는 지적이 있다. 부의 불균형도 심각해, 상위 4명의 자산이 하위 1억 명의 총자산을 능가하는 등 사회 구조적 문제도 시위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군 출신인 프라보워 대통령 하에서 국군법 개정으로 군인의 민간 부문 진출이 가능해지며 “군의 정치 복귀” 논란이 제기되었다. 이는 1998년 민주화 이후 확립된 ‘군-정치 분리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위대는 자산 몰수법 도입을 통한 부패 척결과, 정치 엘리트에 대한 책임 강화, 그리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국회의원 수당 폐지, 해외 순방 중단, 문제 의원 해임 등 일부 양보 조치를 내놓았지만, 동시에 시위대를 “아나키스트”로 규정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한 강경 대응 기조도 함께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국민은 더 이상 표면적인 개혁이나 약속에 만족하지 않고 있으며, 시위가 향후 진정한 정치·경제 개혁으로 이어질지, 혹은 권위주의의 강화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