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팩스에서 출시한 팬티형 헤어 액세서리. 실제 속옷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더플라자글로벌=편집부】2025년 패션계가 ‘기괴함의 미학’을 두고 도마 위에 올랐다.
팬티를 머리에 쓰는 액세서리, 남성 속옷을 여성 미니스커트로 재단한 고가 의류, 가랑이를 없앤 청바지 등 이해하기 어려운 ‘전위적 디자인’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대중의 비판과 조롱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에 반비례하듯 해당 브랜드의 매출은 되레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사치 패션의 방향성과 소비문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대만 디자이너 슈에런팡(薛仁芳)이 일본에서 전개 중인 브랜드 ‘제니 팩스(Jenny Fax)’가 있다. 이 브랜드는 최근 팬티 모양의 헤어 액세서리를 출시했는데, 실제 속옷 디자인을 그대로 머리에 쓰도록 만들어져 있다. 가격은 최대 850위안(한화 약 15만 원)에 달했지만, 출시 직후 전량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다.
제니 팩스는 이 외에도 속옷을 가방·신발·티셔츠 등으로 재구성하는 ‘병적 귀여움(pathetic cuteness)’ 콘셉트를 앞세운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브랜드 측은 “전통 미학에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고 설명하지만,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해 불가”, “조롱당하는 느낌”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현상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최근 남성용 복서 팬티를 여성용 짧은 스커트로 재단한 제품을 4,500위안(약 85만 원)에 출시했다. 육안으로도 소재가 속옷임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원형이 그대로 유지돼, “팬티 재고 처리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미우미우(Miu Miu) 또한 2023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다이아몬드가 박힌 속옷을 공개적으로 선보였으며, 4만 위안(약 750만 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유명 연예인 양미, 자오진마이 등이 착용하며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해당 시즌 미우미우의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3% 상승했다.
이외에도 쿠레주(Courrèges)는 가랑이가 비어 있는 청바지를, 버버리는 앞쪽은 가랑이, 뒤쪽은 엉덩이를 노출시키는 파격적인 스커트를 공개해 런웨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전통 미학의 파괴’를 통해 주목을 끌고, 자극적 콘셉트를 소비 심리와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한다.
한 패션 칼럼니스트는 “이제 패션은 더 이상 실용성과 아름다움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괴함 그 자체가 상품성과 결합되며 하나의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미적 기준을 조롱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해당 제품을 착용한 사진이 퍼지며 “못생겼지만 비싸다”, “예술을 빙자한 상업주의”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하이엔드 패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유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쇼핑몰에서는 ‘제니 팩스 스타일’ 헤어 액세서리가 2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품절 상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도 더 이상 유행을 수용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고, ‘이목 끌기’와 ‘차별화’를 중심으로 한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며 “패션이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극단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버버리의 엉덩이 노출 스커트 등이 런웨이에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