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미국 ICE 요원에게 체포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손목과 허리, 발목에 쇠사슬을 채운 채 호송되고 있다. 조지아주 현대차-LG 합작 공장에서 벌어진 이번 단속은 동맹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삽화: The Plaza Global 재구성)
조지아주 현대차-LG합작 공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 수백 명이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체포되고 쇠사슬에 결박된 채 호송되는 광경은 실로 충격적이다. 발목까지 쇠사슬을 채운 채 줄줄이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은 마치 18세기 노예무역의 참상을 다시 목도하는 듯한 참담함을 느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런 반인권적이고 야만적인 작태가 ‘동맹국’ 미국의 손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점이다.
도대체 이게 동맹인가. 이 사태는 단지 불법체류 단속이라는 행정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사전에 외교적 조율 한 마디 없이 헬기와 장갑차까지 동원해 대규모 ‘공권력 시위’를 벌인 것은 명백한 외교적 무례이자 국권에 대한 도전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단속 이후 진행된 구금 및 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행태들이다. 미국 당국은 70~80명씩 한방에 몰아넣고 바닥에 앉아 자도록 방치했으며, 통역도 없이 진행된 조사 과정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로켓맨”, “로우스코리아” 등 혐오적이고 조롱 섞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나 과잉 단속의 수준이 아니다. 명백한 인권 침해이며, 국제사회가 규탄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 정부는 이 사건을 ‘자진 귀국’으로 마무리해선 안 되며, 책임자 처벌을 포함한 엄정한 조치를 미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그냥 넘어간다면, 앞으로 한국 국적 노동자들이 해외 어느 공장에서든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옛날 같았으면 주한미대사관 앞은 물론 전국 주요 도시에서 관제든 자발이든 규탄 궐기대회가 벌어졌을 일이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에 대한 언론 보도는 이상하리만치 미온적이다. 일부 보수 언론은 아예 침묵하거나, 이를 ‘불법체류자 문제’로 축소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이런 태도는 동맹의 이름으로 자행된 인권유린 앞에서 침묵으로 공범이 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미 외교의 방향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동맹은 일방적 복종이 아니다. 주권국가로서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지킬 것은 지켜야 진정한 동맹이 성립된다. ‘국민 보호’는 이념이나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여야를 떠나, 보수와 진보를 넘어 이번 사태에는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 국권의 문제 앞에서 좌우는 없다.
더불어, 우리는 이제 대미 투자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제조업 부흥’이라는 명분 아래 한국 기업들이 조 단위 자금을 들여 공장을 세우고 있지만, 그 현장에서 우리 국민이 쇠사슬에 묶이고 조롱을 당하는 현실을 두고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이 일본에 제시한 것처럼, 수익의 대부분을 미국이 가져가고, 투자국은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자금을 즉시 투입해야 하는 일방적이고 터무니없는 요구가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이는 독립국가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굴욕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다. 외국 자본은 원하면서 외국 노동자는 적대시하는 이중성, 그것도 동맹국 국민을 상대로 벌어지는 일이 더 이상 ‘예외’로 여겨져선 안 된다. 정부는 미국의 ‘투자 요청’에 앞서 국민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 본연의 책무를 먼저 다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이민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외교·경제·인권이 교차하는 총체적 위기다.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도, 국민의 안전도 좌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