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수도 Islamabad에서 11월 11일 지방법원 정문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현장. 폭발 직후 경찰차 및 인근 건물에 피해가 발생했으며, 부상자와 사망자가 다수 보고됐다. 파키스탄 당국은 분리주의 무장단체를 배후로 지목했다.
남아시아의 오랜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하루 사이 폭탄테러가 잇따라 발생해 양국 간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두 나라는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오랜 기간 국경 분쟁과 무력 충돌을 반복해온 만큼, 이번 사건이 새로운 군사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10일 오후 6시 52분경, 인도 수도 뉴델리의 대표 유적지인 ‘레드포트’ 인근 도로에서 차량이 폭발해 8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을 입었다. 블룸버그와 AP통신 등 외신들은 폭발 직후 주변이 큰 혼란에 빠졌으며, 인도 경찰이 테러방지법에 따라 카슈미르 출신 의사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들이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무장단체 자이시-에-무함마드(JeM)와 연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JeM은 2019년 인도령 카슈미르 풀와마 지역에서 자살 폭탄공격을 벌여 인도 경찰관 40여 명을 숨지게 한 단체다. 이번 사건이 또다시 카슈미르 출신 인물들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도 내 여론은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하루 뒤인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 지방법원 정문 인근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12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파키스탄 정부는 분리주의 무장조직 파키스탄탈레반(TTP)을 배후로 지목하고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이 테러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으로, 파키스탄 내부 정치 위기를 덮기 위한 전형적인 책임 전가”라고 반박했다.
파키스탄의 전직 장군 무함마드 사이드는 “테러 세력은 강대국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일부 인접국이 그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도 외교 당국은 “파키스탄 내 군부 권력 다툼이 격화되자 국내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라고 맞받았다.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11월 10일 저녁, 유적지 Red Fort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폭발 사고 현장. 폭발로 차량 여러 대가 파손·소실됐으며 주변 시민들이 대피하고 경찰이 현장을 수습 중이다. 현지 언론은 최소 8명 이상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대 남아시아연구소의 수비르 신하 교수는 “양국이 다시 군사적 긴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인도 내 강경 민족주의 여론이 정부의 대응을 압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 작전이 제한적 성과에 그쳤음에도 인도 사회는 이를 ‘완전한 승리’로 인식하고 있어, 재보복을 요구하는 여론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 4월 인도령 카슈미르 관광지에서 26명이 숨진 총기 테러 이후 5월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았으나, 사흘 만에 휴전했다. 그러나 이번 연쇄 테러로 그 휴전의 의미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인도는 172기, 파키스탄은 170기의 핵탄두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국제사회 승인 없이 핵무기를 보유한 비공인 핵보유국인 두 나라가 다시 무력 충돌 국면으로 치달을 경우, 지역은 물론 세계 안보에도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