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이 국외 범죄 피의자를 호송하는 장면. 중국은 최근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해 전신 사기 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어촌 마을에서 자라 중학교를 중퇴한 청소년이 어떻게 국제 전신 사기 조직의 두목으로 성장했을까.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이른바 ‘돼지 살육판’이라 불리는 대규모 온라인 사기 범죄를 주도해 온 천즈(陈志)가 중국으로 송환되면서, 국제 사기 조직의 실체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중국 공안 당국에 따르면, 천즈(陈志)는 2026년 1월 7일 프놈펜(金边)에서 출발한 항공편을 통해 중국으로 호송됐으며, 다음 날 법에 따라 강제 조치를 받았다. 이번 체포와 송환은 중국과 캄보디아 수사 당국이 수개월간 진행한 공조 수사의 결과다. 앞서 캄보디아 정부는 왕실령을 통해 그의 캄보디아 국적을 박탈하며 송환의 법적 장애물을 제거했다.
수사 결과, 천즈(陈志)는 캄보디아 내 여러 폐쇄형 단지를 중심으로 전신 사기 조직을 운영해 왔다. 이곳에서는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 유인된 사람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감금되거나 협박을 받으며 사기 행위에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가짜 암호화폐 투자 플랫폼이나 연애를 가장한 투자 권유에 속아 거액을 송금했고, 자금이 입금되는 즉시 조직은 연락을 끊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천즈(陈志)는 1987년 중국 푸젠성(福建省) 푸저우(福州) 인근 어촌에서 태어났다. 중학교를 중퇴한 뒤 인터넷 카페에서 네트워크 관리자로 일하며 온라인 환경에 익숙해졌고, 이 과정에서 불법 게임 서버 운영 등 회색지대 범죄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중국의 사이버 범죄 단속이 강화되자 그는 자금을 들고 캄보디아로 도피했다.
캄보디아에 정착한 그는 자신을 부동산 개발업자로 포장하며 현지 부동산 붐을 활용했고, 이후 투자 이민을 통해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했다. 2015년에는 프린스 그룹(Prince Group)이라는 기업 집단을 설립해 부동산, 금융, 항공, 관광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수사 당국은 이 합법적 사업들이 범죄 수익을 세탁하고 조직을 보호하는 ‘외피’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는 정치·경제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며 사기 조직을 사실상 기업처럼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직의 하루 수익이 수천만 달러에 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천즈(陈志)가 중국으로 송환된 직후, 캄보디아 국립은행은 프린스 그룹 계열 금융기관에 대해 청산 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범죄 자금의 추가 유출을 막고 예금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설명됐다. 미국 사법 당국 역시 앞서 대규모 암호화폐 사기 사건과 관련해 막대한 가상자산을 압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 도박과 전신 사기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범죄”라며, 주변국과의 법 집행 협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 송환이 “해외가 결코 범죄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국제 전신 사기 범죄가 어떻게 합법 사업과 결합해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향후 국제 공조 수사와 범죄 수익 환수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