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총선 뒤에 남는 권력, 민 아웅 흘라잉은 어떻게 미얀마를 쥐고 있는가
  • 이윤낙 발행인
  • 등록 2026-01-13 15:53:26
기사수정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를 통치해 온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 


미얀마에서 진행 중인 총선의 투표용지 어디에도 그의 이름은 없다. 선거 포스터에도 그의 얼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분명하다. 202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 최고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이다.


올해 69세인 그는 쿠데타로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가 이끌던 민선 정부를 축출한 이후, 국제적 고립과 내전, 전장 패배라는 삼중의 압박 속에서도 권력을 유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국경 지역 상당수는 반군 세력의 통제 아래 놓였다.


“권력을 넘기겠다”는 발언의 실제 의미


민 아웅 흘라잉은 새해 연설에서 “국가의 책임을 다음 정부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수치가 이끌던 국민민주연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은 해산됐고, 주요 야당 상당수는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엔(United Nations)과 서방 인권 단체들은 이번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를 군부가 직접 통치에서 한 발 물러나는 대신, 친군부 세력을 전면에 내세워 실질 권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형식은 선거지만, 권력의 핵심은 여전히 군부에 있다는 것이다.


전장에서는 밀렸지만, 권력에서는 버텼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은 여러 전선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무장충돌 위치 및 사건 데이터 프로젝트(Armed Conflict Location & Event Data Project)에 따르면, 이 기간 분쟁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최소 1만6천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민 아웅 흘라잉은 군 내부의 이탈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그 수단은 보상과 공포의 병행이었다. 그는 충성도가 높은 장성들에게 군 관련 기업의 요직을 맡겼고,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로 지목된 장교 일부는 구금하거나 군사 재판에 회부했다. 한 분석가는 이를 “장교단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외교 고립 속에서 선택한 우군


민 아웅 흘라잉은 서방과의 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도 외교 창구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특히 중국의 외교적 지원은 그의 입지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중국의 지원은 군부가 일부 전선에서 제한적으로나마 반격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그는 군 출신 외교관들을 핵심 자리에 배치했다. 전 유엔 대사 출신 인사가 외무장관을 맡아, 쿠데타 이후 관계가 얼어붙은 동남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과의 외교 관계 복원에도 관여하고 있다.


‘군은 국가의 수호자’라는 인식


민 아웅 흘라잉은 미얀마 남부 출신으로, 젊은 시절 양곤대학교(Yangon University)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국방서비스아카데미(Defence Services Academy)를 졸업했다. 이 아카데미는 군을 국가 통합과 다수 민족, 불교 전통의 수호자로 인식하는 엘리트 의식을 강하게 주입해 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를 잘 아는 인사들에 따르면, 2020년 총선에서 군부 지원 정당이 참패하자 그는 “군이 다시 나서야 한다”는 확신을 굳혔다고 한다. 그의 인식에서 쿠데타는 권력 찬탈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수치 구금, 넘지 않는 선


현재 80세인 아웅산 수치는 선동과 부패,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 2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군사 정권은 그녀의 정확한 구금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건강 상태만 양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이 외교적 중재를 시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전직 외교관은 “이 사안이 군부가 절대 양보하지 않는 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권력 이양인가, 형식적 이동인가


민 아웅 흘라잉은 최근 차기 군 최고사령관 인선을 검토 중이며, 본인은 보다 전면적인 정치적 역할로 이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군부가 제정한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상당한 행정권을 행사하더라도 군에 대한 직접 통제권은 갖지 않는다.


초기 개표 결과에서는 퇴역 장성들이 주도하는 친군부 정당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종 결과와 무관하게, 미얀마의 권력 구조가 단기간에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전직 장교 출신 연구자는 이렇게 말했다.


“민 아웅 흘라잉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군인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민주화 세력 편에 서 있는 것은 아니다.”


총선 이후에도 미얀마의 실질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는 비교적 분명하다. 선거의 형식 뒤에서, 군부는 여전히 국가의 핵심 권력을 움켜쥐고 있다.

0
dummy_banner_2
dummy_banner_3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