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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년들의 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혈연보다 ‘선택한 관계’로 이동하는 사회
  • 이윤낙 발행인
  • 등록 2026-02-23 15: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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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훠궈를 먹으며 설을 보내는 중국 청년들
 전통적인 가족 모임 대신 친구 중심의 소규모 모임이 늘어나며, 젊은 세대의 설 명절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방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과 친척이 중심이었던 명절 풍경이 이제는 친구, 동료, 온라인 커뮤니티 등 스스로 선택한 관계로 확장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가족 해체로 우려하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새로운 사회적 연결 방식이 등장하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해석된다.


최근 중국 언론에 소개된 사례들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해안의 한 노인은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에서 외로움에 빠졌다가 사기 피해를 겪었고, 법원은 유언장을 무효로 판단했다. 반면 병원의 실수로 인연을 맺게 된 두 가족은 서로의 노인을 ‘대모’로 부르며 새로운 가족 관계를 형성했다. 혈연은 약해졌지만, 새로운 방식의 정서적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모습이다.


사회학자들은 중국 사회가 도시화와 디지털화 속에서 빠르게 변하면서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에는 혼자 사는 노인이 1억 가구 이상으로 추산되며, 젊은 세대의 이동이 일상이 되면서 가족 간 물리적·정서적 거리가 동시에 멀어졌다. 과거에는 노인이 가족의 중심이자 결속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그 역할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젊은 세대의 명절 문화도 크게 달라졌다. 일부 청년들은 설 연휴 동안 고향 대신 도시에서 친구들과 모여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친척들의 결혼·취업 질문이나 비교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가 크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 청년의 80% 이상이 친척과의 연락 빈도가 매우 낮다고 답했으며, 친족 호칭조차 잘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경제 구조와 노동 환경도 자리 잡고 있다. 장시간 노동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개인 시간은 줄어들었고, 장거리 이동과 비용이 필요한 가족 관계 유지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SNS와 메신저가 발달하면서 ‘디지털 인사’가 직접 방문을 대신하고, 가족 모임은 화면 속 짧은 메시지로 축소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가족 해체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젊은 세대는 친구, 동료,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함께 거주하며 생활비를 나누는 ‘공동생활형 커뮤니티’나 온라인에서 형성된 정서적 관계가 또 다른 가족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혈연 중심 사회에서 선택과 공감 기반 사회로 이동하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역사회와 지방정부 역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세대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을 조성하고, 공동체 활동을 통해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개인의 경제적 불안을 줄이는 것이 가족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가족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이고 비교 중심의 관계를 재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혈연 중심의 전통적 구조가 약해지는 대신, 개인의 선택과 공감에 기반한 새로운 관계망이 등장하는 것이 중국 사회의 현재 모습이라는 것이다. 결국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가족’의 의미 역시 다시 정의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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