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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고환율은 천재(天災)인가, 인재(人災)인가
  • 이윤낙 발행인
  • 등록 2026-06-08 12: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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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560원을 넘어섰다.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원화 가치 하락이다. 중국 위안화는 228원이다 이는 사상최고치다. 정부는 미국의 고금리 정책, 국제 정세 불안, 달러 강세 등 외부 요인을 이유로 들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묻는 것은 "왜 환율이 올랐느냐"가 아니라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흔히 환율을 시장이 결정하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시장이 움직인다고 해서 정부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태풍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줄이는 것은 정부의 역할인 것처럼 환율 역시 관리의 대상이지 방관의 대상이 아니다.

이번 환율 급등은 단순히 달러 강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주요국 통화들이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화는 유독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제는 결국 심리다. 투자자들은 숫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본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나라에는 돈이 몰리고 불확실성이 큰 나라에서는 돈이 빠져나간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 수출 경쟁력 약화, 가계부채 증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정부는 위기를 이야기했지만 위기를 극복할 청사진은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외환시장 대응은 실망스럽다.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거나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시장은 행동을 원하는데 정부는 말만 했다. 구두 개입만으로는 투기적 수요를 막을 수 없고 불안 심리를 진정시킬 수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다. 한쪽에서는 환율 안정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을 사실상 방치했다.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달러 수요는 계속 늘어났지만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환율 상승이 가져오는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해외여행 비용이 오르고 수입 물가가 상승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결국 서민 물가는 더 오른다. 특히 에너지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서 고환율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 세금'과 다름없다.

정부는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한국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해외에 많이 두고 있으며 수출 제품의 원재료와 부품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한다. 고환율의 이익보다 비용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정부가 환율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 미국 금리를 내리게 할 수도 없고 국제 정세를 바꿀 수도 없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위기를 예측하고 대비하며 시장에 신뢰를 주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고환율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재난이 아니다. 외부 충격에 더해 경제정책의 혼선과 안일한 대응,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비전 부족이 겹쳐 나타난 결과다. 그렇다면 지금의 환율은 천재(天災)만이 아니라 인재(人災)의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외부 요인만 탓해서는 안 된다. 환율은 경제의 성적표다. 성적이 나쁘면 시험 문제를 탓할 것이 아니라 공부를 제대로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지금 국민들이 듣고 싶은 것은 변명이 아니라 해법이다. 그리고 그 해법을 내놓아야 할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

      [발행인:  李潤洛]

tjchina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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