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약기업 강메이제약(康美药业) 창업자 마싱톈(马兴田)이 회사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한때 중국 제약업계의 대표 기업인으로 꼽혔던 그는 이후 대규모 회계조작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돼 실형을 선고받으며 중국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기업 비리 사례로 기록됐다. (사진=인터넷 캡쳐)
중국 자본시장을 뒤흔든 강메이제약(康美药业) 회계조작 사건의 후폭풍이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 법원이 관련 증권사에 투자자 손실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 중국 기업 투자에 대한 경계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중국 광저우중급인민법원은 지난달 GF증권(广发证券)에 대해 강메이제약 관련 채권 발행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위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강메이제약이 회계조작 사실을 숨긴 채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검증 의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메이제약은 한때 중국 최대 중의약(中医药) 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다. 창업자인 마싱톈(马兴田)은 중국 부호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중국 제약왕'으로 불렸다. 그러나 2019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조사 결과 회사가 수년에 걸쳐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조사에서 강메이제약은 매출과 은행 예금, 현금성 자산 등을 대규모로 부풀린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수백억 위안 규모의 현금이 실제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중국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중국 언론들은 이를 "중국판 엔론(Enron) 사태"라고 불렀다.
사건 이후 회사 주가는 폭락했고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마싱톈은 증권시장 관련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이번 사건은 최근 중국 증시에 관심을 보이는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상장기업에 대한 회계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의 경우 여전히 경영 투명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 소비, 바이오, 신에너지, 인공지능(AI) 분야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투자 열기가 높아지고 있으나 기업 실적과 재무 건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기업 가운데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우량기업도 많지만 일부 기업은 지배구조와 정보공개 측면에서 선진 시장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단순히 성장성이나 산업 전망만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회계 투명성, 감사보고서,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규제 리스크도 투자 판단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교육 플랫폼, 부동산,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실시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서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인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별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경영 투명성을 더욱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강메이제약 사건은 중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과 별개로 기업 정보의 신뢰성과 시장 투명성이 투자자 보호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고성장 기업"이라는 외형보다 기업의 실제 재무 상태와 지배구조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