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푸젠성(福建省) 푸딩(福鼎) 백차를 비롯한 전국 주요 차 생산업체들이 참가한 2026 톈진 국제차산업박람회 전시장. 행사장에는 다양한 차 브랜드와 관람객들로 하루 종일 붐볐다. "차를 마시는 문화에서 차를 즐기는 문화로."
26일 오전 중국 톈진(天津) 메이장국제전시센터(梅江国际会展中心) S2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은은한 차 향이 관람객을 맞았다. 개막 첫날임에도 전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온 차 애호가와 바이어, 일반 시민들로 붐볐다. 부스마다 차를 우려내는 다관에서는 김이 피어올랐고, 관람객들은 판매원의 설명을 들으며 한 잔씩 시음한 뒤 제품을 꼼꼼히 비교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개막한 '2026 톈진국제차산업박람회 및 자사(紫砂)·다기 공예품전'은 오는 29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주최 측은 이번 박람회를 "징진지(京津冀)와 환발해 지역을 대표하는 차 산업 플랫폼"으로 육성해 차 산업 발전과 차 문화 확산, 소비 활성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중국 전역의 주요 차 산지와 기업들이 참가했다. 홍차, 녹차, 백차, 황차, 청차(우롱차), 흑차 등 중국의 6대 차는 물론 화차와 건강차, 차 식품, 다기와 다복(茶服), 공예품까지 차 산업 전반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관람객들이 전시장에서 다양한 중국 명차를 시음하며 생산업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체험형 마케팅이 중심을 이뤘다.
기자가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산지 공동관이었다.
윈난(云南)의 보이차, 푸젠(福建) 푸딩(福鼎) 백차, 후베이(湖北) 라이펑(来凤)의 텅차(藤茶), 쓰촨과 안후이의 명차들이 각자의 향과 제조법을 앞세워 관람객을 맞이했다. "산지에서 바로 가져왔다"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고, 대부분의 업체는 무료 시음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후베이성 라이펑현은 지방정부가 직접 참가 기업들을 조직해 특산품인 텅차를 집중 홍보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능성을 강조한 건강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텅차 역시 이러한 소비 흐름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소개됐다.
차만큼 인기를 끈 곳은 자사호와 다기 전시장이었다.
이싱(宜兴) 자사호를 비롯해 도자기와 건잔(建盏) 등이 전시됐으며, 중국의 유명 자사 공예가 둥젠핑(董建平)이 직접 전시장을 찾아 관람객들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중국 언론은 이번 박람회가 단순한 판매 행사를 넘어 전통 공예와 차 문화를 계승·확산하는 문화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장성(浙江省) 용정차(龙井茶) 생산업체가 전통 방식으로 찻잎을 덖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전통 제다 기술을 직접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장에서 눈에 띈 또 하나의 변화는 젊은 소비층의 증가였다.
과거 차 문화는 중장년층의 취미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날 전시장에서는 20~30대 젊은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거나, 디자인이 세련된 다기와 티백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전통 차도 현대적인 포장과 브랜드 디자인을 입히면서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국 차 산업은 이제 단순히 찻잎을 생산하는 산업을 넘어 문화와 관광, 건강, 디자인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최근 차 박람회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문화관광 소비를 동시에 이끄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각 지방정부도 차 산업을 지역 특색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산 진피(陈皮)가 전시돼 있다. 숙성 기간이 길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중국 프리미엄 건강식품 시장의 대표 상품으로 거래된다.
한국에서도 차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박람회는 중국 차 산업의 현재를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행사장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중국이 차를 더 이상 전통 음료에 머물게 하지 않고, 문화와 관광, 건강산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차 한 잔'을 매개로 소비와 문화, 지역경제를 연결하려는 중국의 전략은 앞으로 한국의 차 산업과 관광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였다.
다양한 산지의 찻잎이 벌크 형태로 진열돼 있다. 소비자들은 향과 맛을 비교한 뒤 원하는 양만큼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