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이 1993년이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최대 제조국으로, 다시 인공지능(AI)과 전기차, 배터리, 드론, 로봇 산업을 이끄는 기술 경쟁국으로 변했다. 며칠 전 중국을 방문한 아들이 “공기가 이렇게 좋아졌네요”라며 연신 감탄했다.
30여 년 동안 중국에서 언론에 종사하며 느낀 것은 한 가지다. 중국은 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에는 "중국은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나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00년대에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고, 지금은 "첨단 제조업 강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 경제는 수차례 위기설에 휩싸였지만,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물론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지방정부 부채와 청년실업, 소비 회복 지연은 중국 정부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과제다. 중국 정부가 올해 들어 소비쿠폰 지급과 소비재 교체 지원 등 대규모 내수 진작 정책을 잇달아 내놓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경제는 둔화되고 있지만 산업 경쟁력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드론, 산업용 로봇 생산에서도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반도체 장비, 저고도 경제(低空经济)까지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통계보다 더 빠르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은 물론 지방 도시의 공장에서도 AI가 생산라인에 들어오고 있다. 물류창고에는 자동화 설비가 빠르게 보급되고, 대학에서는 AI와 로봇 관련 학과가 계속 신설되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 침체를 이유로 연구개발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미래 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해외 연구자의 기고문을 통해 "서방은 아직도 과거의 중국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논조라는 점을 감안해 읽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은 지금도 산업 경쟁력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과 자본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AI, 첨단 제조업, 신에너지, 디지털 경제를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첨단 제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이야기할 때 종종 두 가지 극단에 빠진다.
"곧 미국을 추월할 것이다"라는 과도한 기대와 "곧 무너질 것이다"라는 과도한 비관이다.
그러나 현실의 중국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중국은 분명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과 정책을 첨단산업에 집중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국 경제를 평가할 때 부동산 가격이나 성장률만 봐서는 전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제조업, 공급망, 기술혁신, 국가 전략을 함께 봐야 한다.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한때 우리는 중국 제품을 '싸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지금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 기업이고, 글로벌 배터리와 태양광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시장 점유율과 수출 실적, 기술 투자라는 객관적인 지표가 보여주는 현실이다.
중국을 좋아할 필요도 없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다만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는 있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은 내가 보고 싶은 중국이 아니라, 실제로 변하고 있는 중국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발행인: 李潤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