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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중국은 한국 제품보다 '문제 해결'을 원한다
  • 이윤낙 발행인
  • 등록 2026-07-09 12: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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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에서 팔려고 하지 말고, 중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져가라."

지난 몇 달 동안 기자는 톈진(天津) 세계지능산업박람회(世界智能产业博览会), 랑팡(廊坊) 경제무역상담회(廊坊经洽会), 베이징(北京) 제2회 중국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中国国际供应链促进博览会) 등 중국의 주요 산업 전시회를 직접 취재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하나였다. 중국은 더 이상 '공장을 지으러 오는 나라'가 아니라 '기술을 찾는 나라'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 전시회에서는 값싼 노동력과 OEM 생산이 화두였다. 그러나 올해 전시회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 스마트공장, 산업용 로봇, 디지털 물류, 친환경 기술, 반도체 장비가 있었다. 중국 기업들은 "어떻게 더 많이 생산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 변화는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많은 한국 기업은 아직도 중국을 소비시장으로만 바라본다. 화장품을 팔고, 식품을 팔고,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서는 이들 분야 대부분에서 현지 기업들이 가격과 유통망, 온라인 마케팅까지 장악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어려워진 이유는 중국 경제가 나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 기업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 시장의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자가 만난 중국 기업인들은 공통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생산원가는 더 낮춰야 한다."

"숙련 기술자를 구하기 어렵다."

"AI를 공장에 적용하고 싶은데 경험이 부족하다."

"탄소배출 규제에 대응할 기술이 필요하다."


이 네 가지는 지금 중국 제조업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이다. 바로 여기에 한국 기업이 들어갈 틈이 있다.  


중국 정부는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면서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제조업을 유지하고 있으며, 스마트공장 구축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중소 제조기업 상당수는 여전히 자동화와 품질관리, 에너지 절감 기술을 외부에서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첫 번째 시장은 스마트 제조 솔루션이다. 자동화 설비, 머신비전 검사장비, 공장 에너지 관리 시스템, 산업용 소프트웨어, 스마트 물류 시스템, 정밀 센서와 같은 B2B 기술은 중국 기업이 직접 필요로 하는 분야다.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중국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기술을 제공하는 편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


두 번째는 고령화 산업이다.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이미 3억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재활의료기기, 스마트 돌봄, 시니어 건강관리, 노인 영양식 등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 한국이 먼저 경험한 고령사회 대응 기술과 서비스는 중국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친환경 기술이다. 중국은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에너지 절감과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공장 폐수처리, 산업용 필터, 에너지 절감 시스템, 배터리 재활용 기술 등은 정부 정책과 기업 수요가 동시에 뒷받침되는 분야다.


여기서 한국 기업이 반드시 버려야 할 생각이 하나 있다. '한국 제품이면 팔릴 것'이라는 기대다. 중국 소비자는 이제 가격과 품질, 디자인,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비교한다. 국가 브랜드만으로 선택받는 시대는 지났다.


대신 한국 기업은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중국 기업이 지금 가장 불편해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답을 해결해 주는 기업이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변화는 중국 시장의 구조다. 과거에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B2B(기업 간 거래)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산업용 장비와 핵심 부품, 공정 개선 솔루션, 디지털 시스템은 한 번 거래가 성사되면 장기간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의 기술형 중소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시장은 분명 예전보다 어렵다. 그러나 그 어려움은 시장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시장이 고도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제 값싼 제품을 원하는 나라가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며,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을 찾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다시 성공하려면 제품을 들고 갈 것이 아니라 기술과 솔루션,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들고 가야 한다. 그것이 지금 중국이 한국 기업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경쟁력이며, 앞으로 10년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기업의 조건이 될 것이다.


      [발행인:  李潤洛]

tjchina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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