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개방·혁신·협력을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외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중국 광둥성 선전(深圳)에서 열리는 제3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은 정상회의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미국과의 전략경쟁 속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통상·기술·공급망 질서를 둘러싼 외교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선전에서 개최된다. 중국이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2001년 상하이(上海), 2014년 베이징(北京)에 이어 세 번째이자 12년 만이다. 한국·미국·일본·러시아와 동남아시아 주요국 등 21개 회원경제체가 참여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APEC의 주제를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건설과 공동 번영 촉진’으로 정하고 개방·혁신·협력을 3대 중점 분야로 제시했다.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과 공급망 안정, 디지털경제, 인공지능(AI), 교통·에너지·관광·중소기업 협력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정상회의 기간에는 APEC 기업인 정상회의와 외교·통상 장관회의도 함께 열린다. 중국은 올해 광저우(广州)·상하이·다롄(大连) 등에서 고위관리회의를 열고, 무역·디지털경제·관광·에너지·식량안보·여성 등과 관련한 약 300개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5월 열린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통합과 디지털무역, 무역절차의 전자화, 핵심 물자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등이 논의됐다. 회원경제체들은 무역에 영향을 주거나 공급망을 교란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중국이 개최지로 선전을 선택한 것도 상징적이다. 선전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대표하는 도시이자 화웨이·텐센트·비야디(BYD) 등 첨단기술 기업이 밀집한 산업 중심지다. 중국은 선전을 통해 자국의 인공지능과 로봇, 전기자동차, 드론 등 첨단산업 경쟁력을 각국 정상과 기업인들에게 집중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선전 해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선전과 APEC 회원경제체 간 교역액은 1조9,8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증가했다. 이는 선전 전체 대외무역의 약 70%에 해당한다. 한국도 미국·일본·호주 등과 함께 선전의 주요 교역 상대국으로 꼽힌다.
이번 정상회의는 지난해 경주 APEC의 성과를 이어가는 자리라는 점에서 한국에도 중요하다.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 디지털무역, 공급망 안정 등에서 중국 및 다른 회원경제체들과 협력할 분야가 많다. 한중 양국이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제협력과 공급망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중국은 보호무역과 기술규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다자무역과 개방의 지지자로 부각하려 하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과 전기자동차,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 중국 중심의 협력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다만 APEC은 회원경제체 간 합의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비구속적 협의체다. 미중 기술경쟁과 관세 갈등, 각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제시한 개방과 협력 구상이 어느 수준의 공동 합의로 이어질지는 정상회의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