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중국 남부지역 시험재배 논에서 연구진이 조기 성숙과 증산 효과가 나타난 개량 벼의 생육 상태를 조사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중국 연구진이 벼의 수확 시기를 앞당기면서 생산량도 늘릴 수 있는 희귀 유전자를 찾아냈다. 그동안 농업계의 오랜 난제로 꼽혔던 ‘조기 성숙과 높은 수확량’의 양립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농업과학원 중국수도연구소 장젠(张健) 연구팀은 벼의 성숙 시기와 생산량을 동시에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 ‘TGW1a’를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벼는 빨리 익을수록 줄기와 잎이 자라는 기간이 짧아져 수확량이 감소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벼의 생육기간이 하루 단축될 때마다 생산량은 통상 0.8~1.2% 줄어든다. 조기 수확과 증산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연구팀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300여 종의 벼 유전자원을 분석한 뒤 중국 남부에서 재배되는 인디카 품종 ‘황화잔(黄华占)’과 중국 동북지역의 조생종 ‘지쯔1560(吉资1560)’을 교배했다. 이 과정에서 1번 염색체에 있는 TGW1a 유전자가 벼의 개화 시기와 낟알 무게를 함께 조절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TGW1a가 만드는 단백질은 벼의 개화를 촉진하는 일종의 ‘생체시계’ 역할을 한다. 동시에 토양의 질소 신호를 감지해 벼가 질소를 더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이용하도록 돕는다. 빨리 꽃을 피우면서도 낟알을 키우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확보하는 구조다.
특히 지쯔1560에서 발견된 희귀 변이형 ‘TGW1aJZ’는 유전자 발현량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지 않아 성숙 시기와 질소 이용 효율의 균형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중국 남부지역의 주요 조생종과 잡종벼 육종 계통에 도입했다. 이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저장성 항저우(杭州)와 광시좡족자치구 난닝(南宁)에서 시험재배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개량 벼의 수확 시기는 기존 품종보다 3~8일 빨라졌고 생산량은 4.2~11% 증가했다. 일반 조생 인디카 벼뿐 아니라 잡종 만생종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중국 남부지역에서 확대되고 있는 ‘벼–벼–유채’ 다모작 농업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벼를 일찍 수확하면 다음 작물의 파종 시기를 확보할 수 있어 농번기 노동 부담과 작물 간 재배 일정 충돌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 개발된 것은 완성된 ‘슈퍼 벼’ 품종이라기보다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유전자 자원에 가깝다. 실제 대규모 보급까지는 다양한 기후와 토양에서의 추가 시험재배와 품종 심사 등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성과는 한정된 농경지에서 수확 횟수와 생산량을 동시에 늘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주요 쌀 생산국의 식량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