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9일 서울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와 경제·통상 협력,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한국과 중국이 24일 수교 34주년을 맞았다. 최근 양국 고위급 교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11월 중국 선전(深圳)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한중관계의 다음 단계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공식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하고 조현 외교부 장관과 회담했다. 왕 부장의 공식 방한은 5년 만이다.
왕 부장은 조 장관과의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선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한중 정상 간 회동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양측이 함께 노력하자고 밝혔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다음 날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문제는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고 밝혀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핵심 경제 의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중 FTA는 2015년 발효됐지만 서비스와 투자 분야의 추가 개방을 위한 후속협상은 2018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양국은 올해 1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연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로 합의했다. 이후 1월 베이징, 4월 서울, 6월 베이징에서 잇따라 협상을 열었으며 지금까지 15차 공식협상이 진행됐다. 서비스·투자·금융 분야의 협정문과 시장개방 수준이 주요 쟁점이다.
한중 경제관계는 지난 34년 동안 크게 확대됐다. 1992년 64억달러 수준이던 양국 교역액은 2024년 2729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양국의 산업 구조는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한국이 반도체와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이 완제품을 생산하는 분업 구조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반도체·전기차·배터리·디스플레이·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한중 기업이 직접 경쟁하는 관계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도 2023년부터 적자로 전환됐다.
따라서 FTA 후속협상도 단순히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급망 안정과 기업 투자 보호, 디지털 경제, 의료·실버산업, 문화콘텐츠 등 새로운 협력 분야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적·문화 교류 확대도 주요 과제다. 양국은 올해 상호 방문객이 1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청소년·언론·스포츠·지방정부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 측은 문화콘텐츠 교류 정상화와 중국 판다 추가 도입 문제도 중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과 북핵 문제, 서해 구조물, 한중 국민 사이의 부정적인 인식은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변수로 남아 있다. 중국은 한국이 대외관계에서 독립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은 북한을 대화로 복귀시키기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수교 34주년을 맞은 한중관계는 외형적인 복원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오는 11월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FTA 후속협상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나온다면 2027년 수교 35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가 새로운 협력 국면으로 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