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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중국인의 지갑은 닫힌 것일까,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일까
  • 이윤낙 발행인
  • 등록 2026-08-31 10: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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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내수 부진 뒤에 가려진 소비환경의 변화…중국 경제를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요즘 한국에서 중국 경제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한산한 상가와 백화점, 손님이 줄어든 음식점, 문을 닫은 점포들이다. 이런 모습을 근거로 중국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거나 중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내수 회복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 청년들의 취업난도 심각하다. 지난 7월 중국의 16~24세 도시 청년 실업률은 재학생을 제외하고 17.9%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시장을 지켜보면 한 가지 다른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이 돈을 덜 쓰는 것도 사실이지만, 돈을 쓰는 장소와 방법 자체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함께 보지 않으면 지금의 중국 경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의 소비가 위축된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 사람들에게는 열심히 일하면 소득이 늘고, 집을 사면 가격이 오르며, 대학을 졸업하면 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집이 가장 안전한 재산이라는 믿음이 흔들렸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걱정해야 한다.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에 신중해졌다.

결국 현재의 소득보다 미래의 소득에 대한 불안이 사람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최근 중국의 백화점과 상가가 한산해지는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중국의 소비환경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이동이다.


중국에서는 이제 옷이나 전자제품뿐 아니라 채소 한 봉지, 과일 몇 개, 음료수와 생필품까지 휴대전화로 주문한다.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면 빠르면 30분 안팎에 집으로 가져다주는 즉시배송이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예전에는 장을 보기 위해 대형마트에 갔던 소비자가 이제는 휴대전화 화면을 연다.

따라서 거리와 상점에 사람이 줄었다는 사실만 가지고 소비 전체가 그만큼 줄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실제 올해 1~7월 중국의 백화점 매출은 감소했지만 온라인 식품 판매는 크게 증가했다. 소비자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소비의 통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 과시형 소비에서 실용적인 소비로의 이동이다.

과거 중국의 고도성장기에는 유명 해외 브랜드와 명품, 고급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 성공을 보여주는 방법이기도 했다.

요즘 젊은 중국 소비자들은 훨씬 냉정하다.

휴대전화로 가격을 비교하고 제품 후기를 확인한다. 비슷한 성능이라면 굳이 비싼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핑티(平替)’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값비싼 유명 제품을 대신할 수 있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찾는 것이다.


세 번째는 상품을 소유하는 소비에서 경험을 즐기는 소비로의 이동이다.

자동차나 가구 같은 고가 상품에는 지갑을 쉽게 열지 않으면서도 여행과 공연, 스포츠, 음식, 취미에는 돈을 쓴다.

올해 중국의 서비스 소비가 상품 소비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젊은 세대에게는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자신의 시간과 경험에 돈을 쓰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또 하나 한국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변화가 있다.

해외 브랜드에서 중국 로컬 브랜드로 소비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 중국에서는 한국이나 일본, 유럽 제품이라는 사실 자체가 경쟁력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화장품, 의류, 식음료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 브랜드의 품질과 디자인이 빠르게 향상됐다. 중국 소비자들도 자국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가격과 품질이 비슷하다면 중국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이 변화는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제 중국은 단순히 ‘14억 명의 거대한 소비시장’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소비자는 더 신중해졌고 유통은 더 빨라졌으며 가격 비교는 더 쉬워졌다.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까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처럼 ‘한국 제품이니까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중국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그렇다고 중국의 소비 부진을 가볍게 볼 수도 없다.

중국 정부가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의 교체를 지원하는 이구환신(以旧换新) 정책을 확대하는 것도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보조금에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와 냉장고를 매년 새것으로 바꿀 수는 없다. 정부 지원으로 한 번의 구매 시점을 앞당길 수는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없애기는 어렵다.


결국 중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민들에게 다시 미래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기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어야 한다. 교육과 의료, 노후에 대한 부담도 낮아져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저축해 놓은 돈을 안심하고 쓸 수 있다.

여기에 중국 소비환경의 변화라는 또 하나의 흐름이 겹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중국의 소비시장을 바라볼 때는 두 가지를 동시에 봐야 한다.

하나는 경기 불안으로 사람들이 지갑을 조심스럽게 열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지갑이 열리는 장소와 대상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차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


한산한 백화점만 보면 중국 소비가 무너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휴대전화 속 전자상거래와 배달 플랫폼을 보면 또 다른 시장이 보인다.

고급 자동차 판매만 보면 소비가 얼어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행지와 공연장, 스포츠시설과 맛집을 보면 다른 소비가 보인다.


외국 브랜드의 매출 감소만 보면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돈이 중국 로컬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최근 중국 경제를 놓고 한국에서는 ‘중국이 무너지고 있다’는 주장과 ‘중국은 여전히 강하다’는 주장이 극단적으로 맞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장에서 바라보는 중국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중국 경제에는 분명 심각한 문제가 있다. 부동산과 취업, 내수 부진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동시에 14억 명의 소비자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들의 생각과 소비방식이 달라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중국 경제를 제대로 보려면 이제 ‘얼마나 소비하느냐’와 함께 ‘어디에서, 무엇에, 왜 소비하느냐’를 봐야 한다.

나는 이것이 지금 중국 소비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인의 지갑이 다시 크게 열릴 것인가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에는 그 지갑이 어디에서 열리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발행인:  李潤洛]

tjchina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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