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중국의 한 고속도로 인근 충전시설에서 전기승용차와 대형 전기트럭이 충전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중국의 운송용 석유 소비와 탄소배출 구조를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뒤편의 정유시설은 석유 중심 산업에서 전기 중심 운송체계로 전환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AI 생성 이미지)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가 중국 정부의 에너지 자료를 분석해 기후 전문매체 카본브리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전년 대비 1% 줄었다. 중국의 탄소배출이 감소한 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석탄이 아닌 석유 소비 감소가 전체 배출량을 끌어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운송용 연료 소비가 16% 감소했다. 중국 정유업체들의 원유 처리량은 11%,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의 석유제품 판매량은 약 9% 줄었다.
석유 소비 감소의 주요 배경으로는 전기승용차와 전기트럭 보급 확대가 꼽혔다. 연구진은 올해 상반기 중국의 전기차가 약 3천600만톤의 석유 소비를 대체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기차 충전에 사용된 전력 생산 과정의 배출까지 고려해도 2분기에 약 3천50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트럭의 영향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전기와 대체연료를 사용하는 화물차 운행은 올해 상반기 전년보다 약 90% 증가했다. 운행거리가 긴 화물차는 승용차보다 차량 한 대가 대체하는 경유 사용량이 많아 석유 수요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이번 감소가 단순히 사람과 화물의 이동이 줄어든 결과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중국의 지역 간 여객 이동은 0.1%, 도시 대중교통 이용은 2.9%, 상업용 화물 운송량은 2.4% 증가했다. 이동량은 유지되거나 늘었지만 전기차와 철도·대중교통 이용이 확대되면서 석유 소비가 줄었다는 것이다.
다만 석유 소비 감소분을 모두 전기차 효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은 전기차 보급 확대가 상반기 석유 소비 감소분의 약 3분의 1을 설명한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소비자들의 운행 방식 변화, 항공여객 감소, 부동산·건설경기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2분기 원유 수입량은 전년보다 32% 감소했지만 상당 부분은 비축유 사용으로 충당됐다.
석탄 소비가 함께 줄어든 것도 아니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크게 늘었음에도 송전망과 전력시장 운영 문제로 일부 태양광·풍력 발전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2분기 발전 부문의 석탄 소비는 2.4% 증가했다.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1분기 2% 증가한 뒤 2분기 1% 감소해 상반기 전체로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중국의 탄소배출이 본격적인 감소 단계에 들어섰다는 증거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이 계속 확대될 경우 중국의 석유 수요가 과거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기차 산업의 성장이 중국의 대기환경뿐 아니라 국제 원유시장과 에너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