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가로수 아래로 엘사의 서늘한 입김처럼 등골을 파고드는 찬기가 파란 입술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으니 이젠 겨울이다.
동창생 재호가 그저께 밤, 급히 고향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의 부친이 그날 저녁, 장날 아침인 줄 알고 대추를 팔러 읍내에 내려가 배회하는 것을 이상히 여긴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에서 전화를 받고 다녀 온 것이다.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대추나무 한 그루에서 수확한 대추 한 자루를 팔겠다는 일념으로 길을 나선 것이다.
중학교 2년 늦여름의 어느날이었다.
빨리 일어나 소 좀 뜯기고 오라는 어머니 성화에 부시시 일어나 파리가 윙윙거리는 외양간에서 소를 몰고 나가며, 빨리 학교를 가야되는데 아침도 안주고 세상에 소를 뜯기고 오라는 부모는 세상에 우리 엄마밖에 없을거라 투덜거리며 엄고개쪽으로 소를 몰고가서는 소가 풀을 뜯던 말든 고빠를 손에쥐고 밭둑에 앉아 괜한 서러움에 죽령을 멍하니 바라보며 부모 원망을 하고있는데 ... 날이 저물어 죽령너머로 석양이 빛나고 있었다.
그제서야 아침이 아니라 저녁이라는 걸 알고 혼자 멋적게 일어나 서둘러 소를 몰아 풀을 뜯겼다.
아침 6시나 저녁 6시 모두 밤이니까, 어쩌면 친구 부친은 해가 짧은 저녁에 잠깐 새우잠을 주무시고 일어나 새벽인 줄 알고 출발을 하셨을테지 ..
친구 부친의 장날은 자녀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독립하려는 자녀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고 의지었나보다.
오늘 재호가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
지금쯤 벌써 공항에 도착해 있을까?
나는 외국에 너무 오래 살아서 그런지, 누가 해외여행을 한다고 해도 부러워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재호의 여행은 부럽다.
딸내미 주선으로 가족 여행을 하게 되었다는 친구가 부럽고,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노친네가 치매끼가 있나봐 ~" 걱정하는 친구가 부럽다.
부모를 공경하는 것보다 원망하는 것엔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왜 그럴까?
부모가되어 살아보니 자식에 대해 다 잘해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안되었거나, 알면서도 자녀 교육차원으로 해주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아내의 부탁으로 아이들을 가끔 혼내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는 후회가 된다.
아들이 거짓말을 잘 한다고, 딸내미가 게임만 한다고 이를때마다 꾸중을 했다. 그러면 아내에게 칭찬을 받을 줄 알았는데, 세월이 지나니 훈수의 말을 듣고 고스톱에서 고를 했다가 독박을 쓴 것같은 그런 기분이다.
11월 20일 딸내미가 기다리는 개봉영화가 있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다른 친구들에겐 별거 아니겠지만, 딸내미와 별로 대화가 없는 나는, 그것만으로도 무척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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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