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 CES 2024 전시장 전경
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앞두고, 중국 하이테크 기업들의 미국 비자 발급이 대거 거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태는 미·중 갈등이 경제·기술 교류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번 CES에 참가하려던 다수의 중국 기업 직원들이 초청장을 제출했음에도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의 한 하이테크 기업 마케팅 직원은 "CES 참석을 이유로 비자를 신청했으나 거부되었다"며, "현재 중국 내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CES 참가를 이유로 비자를 신청할 경우, 거부당할 확률이 90%에 달한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CES는 전 세계 4,000여 개 첨단 기술 기업이 참가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중국 기업은 매년 약 30%를 차지하며 중요한 위치를 점유해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에도 중국 기업들은 비자를 발급받아 CES에 꾸준히 참가했으나, 이번 대규모 비자 거부 사태는 "전례 없는 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더욱 악화된 미·중 갈등 속에서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더욱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중국 정부는 미국 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류펑위 주미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CES는 중국과 글로벌 기업 간 교류를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라며 "미국 정부는 비자 정책 장벽을 낮추고, 비즈니스와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을 지원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환구시보는 “CES는 국가 안보나 지정학적 이슈와는 거리가 멀다”며, “미국 정부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을 경우, CES가 국제적인 박람회로서의 대표성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비자 거부 사태가 미국의 보호주의적 사고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한 관계자는 "미국이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것은 글로벌 생산 공급망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국제 기술 교류를 가로막는 행위"라며 우려를 표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단 기술 교류의 장으로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CES의 국제적 위상이 이번 사태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