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인정해야 할 현실속의 불공평
  • 이윤낙 발행인
  • 등록 2024-03-19 17:41:20
  • 수정 2024-03-20 16:44:45
기사수정

우리는 세상이 공평하고 상식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런데 세상이 공평하고 상식적이라는 것은 희망에 불과하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 며, 모든 사람은 공평한 기회를 보장 받아야 된다고 가르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세상이다. 내 편의 들보는 숨기고, 네 편의 티끌은 끝까지 파헤쳐 처벌한다. 

 

학교에서 교사는 모두는 평등해야 하고 권리가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서 ‘선생님이 사람 본다(편애한다는 경상도 방언)’며 흉을 본다. 동급생 어머니가 담임을 만나 상담한 후부터 그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언행에서 소위 있는 집 자식, 잘나가는 집 자식과 차별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다.

 

‘돈이 있으면 귀신에게 맷돌질을 하게 할 수도 있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 (有钱使得鬼推磨, 钱可通神)’는 중국 속담처럼 물질이 사람의 마음은 물론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뇌물을 통해 자신의 욕망이나 목적을 관철시키려는 사람들이 득실거린다. 돈이 많은 사람이 권력, 언론, 명예까지도 장악한다.

 

지금 중국은 행정 시스템이 전산화 되어 놀라울 정도의 법치(法治)가 정착되고 있지만 필자가 처음 중국에 왔을 때만 해도 꽌시(关系-빽)를 동원하거나 뇌물을 주지 않으면 간단한 승인조차 받기가 어려웠다. 모든 행정 절차가 진행이 늦고 복잡해 스트레스가 엄청 많았다. 반면, 이웃의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은 모든 행정 절차가 일사천리도 진행되어 타 기업의 부러움이였는데, 높은 사람이 뒤를 봐주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대접을 받으려면 대접을 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산다면 불공평이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규칙을 만들고 법으로 다스린다. 그 외에도 가정 교육, 종교적 가치관, 공동체의 전통과 예절 등으로 통제하면서 공평한 세상이 되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공평 역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관점과 가치관, 환경에 따라 공평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공평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른 이에게는 불공평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어에 부커치(不客气)라는 말이 있다. 별말씀을요 천만에요라는 뜻이지만 상대방이 지나치게 겸손해 하거나 예의를 갖출 때 ‘편하게 계세요’라는 의미도 있다. 과거 주변 국가를 지배해왔던 중국인들이 약소국에서 조공을 바치러 사절이 오면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는 문화에서 쓰인 말이다. 그런데 같은 不客气를 우리는 정반대의 뜻으로 쓰인다. ‘객기 부리지 마라’는 말이다. 여기서 ‘객’은 옛날 조선 땅에 와서 허세를 부렸던 중국인을 의미한다.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 문화, 관습, 가치관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지금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은 고전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철수해서 한때 100만 명이었던 교민들이 20만 명 이하가 됐다. 모 외교관은 “중국 시장에 팔아먹을 만한 한국 제품이 없다”고 토로한다. 이렇게 된 것의 원인으로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불공정한 시장 개입을 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국 제품의 가성비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모 중국 전문가는 “중국 시장에서 외국 기업은 오직 기술과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언제까지 한국 기술이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미 따라왔거나 추월한 중국의 기술을 인정하고, 중국 정부의 불공평한 지원도 인정하면서 한국만의 장점과 효율성을 잘 조화해 길게 보는 경제정책과 기술 개발, 민주적 경영 시스템으로 잘 대응한다면 다시 중국 시장에 ‘메이드 인 코리아’가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0
dummy_banner_2
dummy_banner_3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