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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설날, 민족의 정체성을 비추는 거울"
  • 이윤낙 발행인
  • 등록 2025-01-27 10: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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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이퐁의 설 전야의 골목 모습

설날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정성스럽게 준비하던 떡국 한 그릇, 온 가족이 모여 덕담을 나누던 순간처럼, 설날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함축하는 중요한 전통이다. 한때 '구정(舊正)'이라 불리며 우리 고유의 명절로서의 의미가 희석되었던 적도 있지만, 설날을 다시금 되찾으며 우리는 민족적 자긍심과 문화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되었다. 설날의 본질은 단순한 시간의 경과를 넘어, 우리 삶의 가치와 방향을 성찰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


설날이 가진 힘은 무엇보다도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된 풍속에 있다. ‘풍속은 법률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시대와 상황이 변해도 전통과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역사에서도 고려시대의 세시풍속이나 조선시대의 향약 등이 공동체 의식의 기반이 되었으며, 중국 고대의 역사서인 한서(漢書)에서는 "천하위일리만리동풍(天下爲一萬里同風)"이라 하여 문화적 동질성이 사회 통합의 핵심 요소임을 강조했다. 이는 곧 설날과 같은 전통이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민족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에 깊이 뿌리내려 있음을 시사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민족이 설날을 고집했던 것은 단순한 관습의 지속이 아니라, 민족적 저항의 한 형태였다. 일본은 명치유신 이후 신정을 도입하며 설날을 버렸지만, 우리는 설날을 지키며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콩이 구정을 기점으로 대규모 공세를 펼친 것도 민족적 상징성을 활용한 저항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설날이 단순한 휴식의 날이 아닌, 민족의 저항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였음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설날은 전통의 회복과 함께 현대적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명절 인사와 선물 교환이 증가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설날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전통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여행이나 봉사활동 등으로 의미를 새롭게 찾고 있다. 명절을 맞아 가족이 모이고 조상을 기리는 행위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공동체의 연대와 뿌리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설날의 의미는 다소 희석되었다. 경제적 부담, 가족 간의 갈등, 명절 스트레스 등의 문제로 인해 본래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 특히, 극한 진영 갈등으로 관계를 악화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설날은 여전히 우리의 삶과 가치관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민심을 읽는 중요한 기회가 된다.


민심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들은 설날을 통해 가족 모임이나 지역 행사에 참여하며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여론 조사 및 미디어 분석을 통해 국민의 정서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정치 지도자들에게 설날은 국민의 정서를 정확히 읽고, 무엇이 필요하며 어떤 변화가 요구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시기다.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고 무엇에 불만을 느끼는지, 어떤 방향을 희망하는지를 설날의 분위기 속에서 엿볼 수 있다. 민심을 얻기는 어렵지만, 공정하고 올바른 길을 걸으면 민심을 잃지 않는다는 말처럼, 설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정치인들에게 필요하다.


설날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과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미래 세대가 전통을 올바르게 계승하기 위해 교육기관에서는 설날의 의미를 보다 깊이 있게 가르치고, 가정에서는 세대 간 소통을 통해 설날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수해야 한다. 이 명절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전통을 되새기고, 현재의 문제를 직시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전통이라지만, 되찾는 것은 민족의 의지와 연대 속에서 이루어진다. 설날을 맞아 가족과 함께 전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민심을 읽으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발행인:  李潤洛]

tjchina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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