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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관세 인하 90일, 물량 확보 위해 몰리는 미국 서부 해안
  • 이다인 기자
  • 등록 2025-05-20 11: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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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롱비치 항(Port of Long Beach)의 전경/사진(getty images)


미국 정부가 지난 14일부터 90일간 한시적으로 대중(對中) 관세를 인하함에 따라 미국 서부 해안 물류 현장에 다시 혼란이 찾아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도입된 고율 관세가 일시적으로 115% 인하되자 수입업체들이 앞다투어 중국산 제품을 들여오기 시작하며, 롱비치 항 등 주요 항만에는 컨테이너선이 몰리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중 양국 간 공동성명 형식으로 발표됐으며, 기존 145% 이상의 관세를 30%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는 미국 내 소비자 물가 억제와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정치적 휴전'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90일이 지나면 고율 관세가 다시 부과될 가능성이 높아, 그 전에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입업체들의 '앞당기기 수입'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관세 인하 발표 직후부터 미국의 주요 수입항인 롱비치 항은 선박과 컨테이너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사재기 수입 분위기를 방불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류 데이터 분석기관 프레이토스(Freightos)의 리서치 책임자 주다 레빈은 "이전에도 20% 관세가 적용되던 시기조차 수입업체들의 선제적 선적을 막지 못했다"며, "지금처럼 30%로 완화된 시점에는 더 큰 물량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해상 수입 물동량은 3~4월 전년 대비 11% 증가했으며, 이번 관세 유예 조치 이후에도 그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신발을 수입해 대형 유통업체 및 온라인 플랫폼에 공급하고 있는 디어 스태그스(Deer Stags)의 릭 머스캣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유예로 인해 다시 중국으로부터 물건을 들여올 수 있게 됐지만, 물류비는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는 이미 비용이 약 4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가을 시즌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인해 그동안 억눌렸던 수입 수요가 폭발하면서 선박 공간 부족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물류 분석기관 플렉스포트(Flexport)는 "현재 선박은 85~90%까지 채워져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물량이 대기 중"이라며 "향후 몇 주 안에 전 선박 공간이 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더불어 많은 선박들이 이미 타 항로로 재배치돼 있는 탓에, 이를 다시 태평양 횡단 항로로 되돌리는 데 최소 4주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컨테이너 운임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 서부 해안행 40피트 컨테이너(FEU)의 운임은 약 2,400달러 수준이나, 수요 급증과 공간 부족으로 이 가격은 빠르게 몇 배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플렉스포트의 해상 조달 책임자 네리지우스 포스쿠스는 "수요가 10% 이상 늘면 프리미엄 요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존 계약 운임 외에 피크 시즌 추가 요금(PSS)이 적용되면, 물류비는 업체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소기업은 프리미엄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납기 지연이나 공급 차질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관세 인하 조치가 가져온 단기적 기회 속에 미국 수입업계는 다시 한번 공급망 리스크와 맞서고 있다. 항만 정체, 장비 부족, 선박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해운 시장에도 다시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미·중 간 통상 마찰이 당분간 완화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90일 후 다시 관세가 복원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여전히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금은 각 기업들이 생산과 물류, 가격 전략을 다시 조정하고, 혼란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체계를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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