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에서 사용되는 카드 모음.
일본 금융시장이 Z세대(Generation Z)의 사회 진출에 따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의 보수적이고 딱딱한 금융 이미지에서 벗어나,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중시하는 Z세대의 성향을 반영한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고정금리 주택융자상품인 ‘플랫35(Flat 35)’는 민간 금융기관과 주택금융기구가 제휴해 최장 35년 동안 고정 금리로 제공되는 상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출 기간을 최대 50년까지 연장한 ‘플랫50(Flat 50)’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24년 기준 30세 미만의 플랫50 신청 건수는 719건으로 전년 대비 2.6배 증가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LIFULL HOME'S의 N 수석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주택을 보유하면서도 월 상환액을 줄이고 싶은 젊은 세대의 수요와 장기 이자 수익을 원하는 금융기관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이타마현(埼玉県) 오케가와시(桶川市)에 거주하는 29세 남성은 대출 기간을 40년으로 설정해 월 상환액을 약 13만 엔(약 1,140,000원)으로 조정했다. 기존 35년 대출보다 월 2만 엔(약 176,000원)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 여행과 취미 생활에 더 많은 비용을 사용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도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대출 기간을 늘린 상품을 확대하는 추세다.
신용카드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일본에서는 연회비가 50만 엔(약 4,400,000원)이 넘는 럭셔리 카드(Luxury Card, LC)의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 도쿄(東京)의 블랙카드Ⅰ사(Black Card I)는 회원에게 고급 호텔 룸 업그레이드, 공항 라운지 이용, 회원 전용 식사 모임 및 골프대회 개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전용 앱을 통해 행사 정보를 정기적으로 알림으로 제공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블랙카드Ⅰ사에 따르면, 회원의 70% 이상이 20~40대에 분포하며, 2024년에는 20대 신규 가입자가 전년 대비 1.1배 증가했다.
결제 애플리케이션(앱, Application) 시장에서도 Z세대의 선호를 반영한 디자인 경쟁이 치열하다. 후불 결제 서비스인 페이디(Paidy)는 세련된 그림과 단순한 도형을 활용한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를 적용해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회원 가입 시 사용하는 예시 이름을 기존의 ‘야마다 타로(山田太郎)’ 대신 ‘아유무 타로(歩太郎)’로 변경해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일본 금융청은 금융교육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어린이들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출판사 문향사(文響社)의 인기 캐릭터인 ‘똥 드릴(うんこドリル)’과 협업해 초등학생용 금융경제교육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 교육 자료는 ‘생활편’과 ‘경제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부 내용은 금융청 공식 유튜브(YouTube) 채널에 공개돼 있다.
금융청은 이를 통해 SNS 기반 투자 사기 등 금융사기로부터 젊은 세대를 보호하고자 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1~8월 동안 20대가 피해를 입은 SNS형 투자 사기 건수는 215건에 달했으며, 피해액은 약 4억6000만 엔(약 40억 4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피해 건수는 3배, 피해액은 2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Z세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의 소비 성향에 맞춘 금융상품 개발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일본 중부지역에서 금융 관련 앱을 개발하는 E사의 앱 개발 총괄팀장은 “Z세대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존중, 가심비 중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높은 친화력 등이 특징”이라며 “이러한 특성은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금융시장에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Z세대의 소비 성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새로운 금융서비스 개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Z세대의 영향력이 커지는 현재,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 일본 시장 공략의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