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선포할 수 있는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다."
대통령 본인이나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권한을 아무 때나, 마음대로 행사해도 되느냐 하는 것이 핵심 문제다.
운전면허증을 가진 사람은 도로에서 합법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신호를 무시하고, 제한 속도를 어기며, 아무 때나 차를 몰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교통법규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받는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고 해서 언제든지 자기 마음대로 선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①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여야 하며,
② 경찰력으로 국가 질서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어야 한다.
또한,
③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④ 국회에 즉시 통보해야 하고,
⑤ 국회가 해제를 요구하면 즉각 해제해야 한다.
즉,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철저히 헌법의 통제 아래 있는 제한된 권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헌법적 권한을 가졌으니 선포할 수 있다"는 식으로 무제한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이는 운전면허증이 있다고 해서 도로에서 아무렇게나 운전해도 된다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권한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될 때 정당성을 가진다. 헌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한 비상계엄은 독재로 가는 위험한 길이며,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상식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공동체의 혼란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발행인: 李潤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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