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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과거가 현재를 지켰다
  • 이다인 기자
  • 등록 2025-03-25 12: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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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현재를 도와줬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말이다. 짧지만 깊은 이 문장은, 우리가 왜 기억하고 기록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한국 현대사에서 또 한 번 이 말이 증명되었다.


그날, 계엄이 선포됐다. 그 목적과 실행 계획은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났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대통령의 선한 의지 덕분이었는가? 아니다.

계엄의 실패는 과거가 현재를 도왔기 때문이었다.


과거의 계엄, 특히 유신 시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계엄이 어떤 방식으로 악용되었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배웠다.

그래서 1987년 개정된 헌법은 계엄 해제를 국회가 의결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국민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았고, 시민들은 국회 앞으로 몰려들었다.

군 역시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었다. 소극적이고 신중하게 행동한 이유는, 단지 명령을 기다려서가 아니라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본능적 책임감 때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이 중단된 것은 대통령의 고뇌 어린 결정이나 정의감의 발로가 아니었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은, 과거를 기억하고, 그것을 헌법과 제도로 옮긴 국민과 사회의 경험치였다.


한국 현대사는 반복되는 억압과 저항, 실수와 교훈의 역사다.

과거는 무거운 짐이 아니라,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해주는 장치이자, 깨어 있는 시민의식의 뿌리다.


기억하지 않으면 다시 반복된다. 그래서 기록은 고통스럽지만 필요하다.

역사를 외면한 권력은 언젠가 과거의 그림자에 발목을 잡히게 되어 있다.


2024년 12월 3일, 한국 사회는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겼다. 그 고비를 넘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기억하는 시민들, 그리고 과거로부터 배운 제도적 안전장치였다.

역사를 잊지 않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더플라자글로벌 이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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