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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재판소는 결정을 미뤄선 안 된다
  • 이다인 기자
  • 등록 2025-03-25 12:54:43
  • 수정 2025-03-25 1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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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100일이 훌쩍 넘었다. 11차례에 걸친 변론도 이미 지난달 25일 종료되었지만, 헌재는 아직까지 선고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지연은 정치적 혼란을 더 부추기고, 국민의 불안과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헌재는 그동안 “대통령 탄핵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관련 증인신문과 자료 검토를 마친 상태에서,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요건은 모두 갖추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선고가 계속 미뤄지는 이유에 대해 국민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갈등도 증폭된다는 점이다. 탄핵을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대규모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헌재 앞에서는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날마다 대치하고 있다. 민심은 들끓고 있고, 정치권은 이를 부추기며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다. 심지어 헌재 재판관을 향한 위협성 발언까지 등장하는 등 사법기관의 독립성과 권위를 흔드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헌재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질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느 쪽에 유리한 결정이냐가 아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오직 헌법과 증거에 근거한 정당한 판단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너무 늦지 않게 내려져야만 한다.


헌재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사법적 결단이 필요한 때에 침묵하거나 주저해서는 안 된다. 결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억측과 음모론은 더 기승을 부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이미 국민의 인내는 한계에 이르렀다. 헌재는 조속히 선고 일정을 공개하고, 헌법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어떠한 정치적 계산이나 외부 압력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지금 헌재가 보여줘야 할 것은 신속함과 단호함이다. 헌정질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서, 헌재는 더 이상 머뭇거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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