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청두의 도심 한복판에 설치된 ‘시엔후(闲狐) 스마트 주차 시스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차 공간을 예약하고, 도착 시 자동으로 차량을 인식해 무인으로 입출차를 제어한다. 태양광 패널과 리튬 배터리를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운영된다.”
【더플라자글로벌=베이징】중국이 디지털 경제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다양한 산업과 기술을 융합하며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스마트 주차, 스마트 물류, 얼굴 인식 결제 등 디지털 기술이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중국 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정책과 규제 환경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자원 배분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경제 모델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 통신, 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 기술에 기반을 둔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산업화와 산업 디지털화를 양축으로 삼아 ‘실물경제+디지털 기술’ 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도심 주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스마트 주차 시스템'이 대표적 사례다. 쓰촨성의 밍숴(明槊) 과학기술유한회사는 '시엔후(闲狐)' 스마트 주차 솔루션을 개발, 앱을 통해 주차 공간을 실시간으로 예약하고 QR 코드로 요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무인 운영을 실현했다. 이 시스템은 태양광 에너지와 리튬 배터리를 이용한 독립형 전원으로 운영되며, AI와 IoT 기술을 결합해 차량 인식과 차단기 제어까지 자동화했다.
물류 분야에서도 혁신이 두드러진다. 징동닷컴(JD.com)은 ‘아시아 1호 스마트 물류단지’를 기반으로 당일 및 익일 배송을 실현하고 있다. 빅데이터로 수요를 예측해 재고를 분산 배치하고,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이 분류·포장·송장 출력까지 10분 내에 완료한다. 특히 쿤산 스마트 물류단지는 하루 500만 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하며, 디지털 트윈 환경을 통해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얼굴 인식 기술도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출퇴근, 쇼핑, 병원 방문 등에서 얼굴 스캔만으로 출입과 결제가 가능해졌으며, 알리페이와 연동된 안면 인식 결제 시스템은 99.9%의 정확도를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iiMedia Research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얼굴 인식 결제 사용률은 45.8%에 달했다.
“중국 상하이 시내 한 무인 매장에서 고객이 얼굴 인식 결제를 이용해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 단말기에 얼굴을 스캔하기만 하면 비접촉 방식으로 결제가 완료되며,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꺼낼 필요가 없다.”
중국 디지털 경제 규모는 2023년 기준 53조9천억 위안(약 1경224조 원)으로, 전체 GDP의 42.8%를 차지했다. 특히 산업 디지털화가 전체 디지털 경제의 81.3%를 차지하며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도 발맞춰 관련 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2025년 양회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AI+’ 전략, 데이터 인프라 구축, 스마트 제조 등 디지털 경제를 고품질 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제시했다. 특히 의료·금융·물류 분야의 데이터 활용을 강화하고, 디지털 무역 및 플랫폼 경제의 발전을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 확산과 함께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사이버보안법’, ‘데이터보안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이른바 디지털 보안 3법을 통해 기업들의 데이터 관리와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관련 시행령에서는 데이터 해외 이전 요건을 명확히 하고, 기업의 책임과 처벌 기준도 강화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산업 혁신과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하는 동시에, 보다 정교한 규제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기술 경쟁력과 함께 데이터 관리 역량도 갖출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