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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난의 일상화 속 ‘긴급 대비 용품’ 수요 급증
  • 이윤낙 발행인
  • 등록 2025-04-02 14:36:35
  • 수정 2025-04-02 15: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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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최근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긴급 대비 용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더플라자글로벌=로스앤젤레스】 허리케인, 산불, 홍수 등 미국 전역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대형 자연재해가 개인과 가정, 기업의 비상 대응 수요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 차원의 대응 중심이었던 긴급 대비 체계가 이제는 시민 스스로 생존을 준비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긴급 대비 용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국립환경정보센터(NCEI)에 따르면 1980년 이후 2024년까지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초래한 기상·기후 재해는 403건에 달한다. 2022년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이언은 1,120억 달러의 피해를 남겼고, 2023년 하와이 마우이 산불은 100명 이상의 목숨과 수천 채의 건물을 앗아갔다. 캘리포니아, 오레건, 워싱턴주 등 서부 지역은 매년 대형 산불 피해가 반복되고 있으며, 2025년 1월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소 500억 달러(약 101조 원)의 재산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재해가 일상처럼 반복되면서 긴급 의료장비, 비상 발전기, 정수 필터, 비상 식량 등 재난 대비 품목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 글로벌뉴스와이어에 따르면, 글로벌 긴급 의료장비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319억 3천만 달러에 달하며, 2033년까지 599억 3천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공급 불안정성에 대비해 태양광 기반의 휴대용 발전기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에코플로우(EcoFlow), 미국의 재커리(Jackery)는 2023년 한 해에만 미국 시장에서 각각 80만 대, 50만 대의 발전기를 판매했으며, 이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6.7%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특히 고온 건조한 여름철 정전 상황에서의 전력 자급 능력 확보가 중점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식수 및 식량 비축도 주요 관심사다. 미국 CDC는 재난 시 최소 2주분의 식수와 식량을 비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개인용 정수 필터, 응급 정수기, 장기 보관 비상 식량 키트의 판매가 늘고 있다. 미국의 정수 필터 수입액은 2024년 기준 20억 898만 달러(약 4조 2천억 원)로, 전년 대비 7.88% 증가하였다.


아마존과 월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비상 대비 제품을 독립 카테고리로 편성해 판매하고 있으며, 아웃도어 전문점 REI는 캠핑 장비와 긴급 키트를 결합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는 등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태양광 기반의 스마트 생존 키트, 자동 경보 시스템, 위성 인터넷 기반 긴급 통신 장비 등 기술 기반의 대비용품도 등장하고 있어 시장의 진화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5년 1월 캘리포니아 산불 당시에는 스페이스엑스(Starlink)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현장 구조대와 주민들의 주요 통신 수단으로 활용되며, 재난 시 위성 기반 인프라의 중요성이 재조명됐다. 이에 따라 전력, 통신, 식수 등 필수 기반시설이 마비될 경우에도 작동 가능한 독립형 대비 시스템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향후 10년간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물론, 주정부 단위에서도 산불 예방 예산과 비상 대응 장비 확충이 진행 중이며, 관련 시장은 연평균 7%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앤젤레스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한 현지 벤더는 “캘리포니아주가 주도하는 재난 대응 예산 편성과 연계된 조달 시장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기능성과 신뢰성을 갖춘 한국산 배터리와 정수 필터 등은 공급처로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잇따른 재난이 미국의 일상이 되어가는 지금, 긴급 대비 용품은 단순한 생존 키트를 넘어 ‘일상의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비가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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