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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침략자'에서 '피해자'로: 일본 젊은 세대의 위험한 역사 왜곡
  • 이윤낙 발행인
  • 등록 2024-08-21 15:30:11
  • 수정 2024-08-21 15: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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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관장의 임명으로 인해 역사상 처음으로 광복절 기념식이 분리되어 진행되는 등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 젊은이들의 역사 인식이 ‘침략자’에서 ‘피해자’로 변화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일본 내 전쟁 교육과 역사 교육의 왜곡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을 따낸 일본의 하야타 히나(24)가 가미카제를 기리기 위해 지란특공회관을 방문하겠다고 밝힌 후, 한국과 중국에서 큰 비난을 받았다. 지란특공회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 공격의 출발 지점이던 가고시마현 미나미규슈시의 지란공군기지에 세워진 시설로 가미카제 조종사들의 유서와 그들이 묵던 막사 등을 복원해 전시해 놓고 있는 곳이다. 그녀의 이러한 입장은 일본 내에서 우익 세력의 환영을 받았으며, 일본 대중들은 하야타를 지지하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언론과 사회 전반에서도 하야타의 행위를 옹호하며 한국과 중국의 반응을 과잉 반응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일본 내 일부 소수 양심적 지식인들의 목소리는 일본 사회 내에서 전쟁 범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러한 목소리는 여론의 공격과 비난 속에 묻혀버렸다.


현재 일본의 젊은 세대 중 상당수는 제2차 세계대전을 단지 '대동아전쟁'으로 받아들이며, 전쟁의 기원을 서구의 식민지화와 아시아 억압에서 해방시키려는 일본의 의도로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전후 일본 사회의 구조적 요인과 문화적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매년 8월이 되면 많은 일본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를 기념하며 자신들을 전쟁의 피해자로 인식한다. 이들은 일본이 전쟁에서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으며,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으로서 자신들의 불행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 인식에는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과 잔혹한 전쟁 범죄에 대한 반성은 거의 없다. 대신, 일본 사회는 전쟁에서 자국의 피해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피해자'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전후 일본의 역사 교육이 젊은이들에게 전쟁의 진실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후 초기 일본의 역사 교육은 비교적 객관적이었으나, 1980년대부터 우익 세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역사 교과서는 점차 침략 전쟁을 미화하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편집되었다. 난징대학살이나 위안부, 강제징용 같은 민감한 주제는 교과서에서 사라졌으며, '평화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일본의 피해만을 강조하는 교육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교육은 학생들에게 전쟁의 잔혹함을 경험하게 하면서도, 전쟁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성찰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우익 세력은 젊은이들에게 왜곡된 역사 인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일부 우익 단체들은 야스쿠니 신사와 같은 정치적 색채가 강한 장소를 방문하도록 독려하며,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왜곡된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일본의 지도자들 또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바치거나 참배를 하는 등 노골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어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역사 인식이 왜곡되고 있다는 점은 주변국들과의 역사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역사 인식의 왜곡은 일본의 전쟁 교육과 역사 교육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며, 일본 사회가 이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지 않는 한 이 같은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일본이 주변국들과의 역사적 모순을 풀기 위해서는 진정한 역사적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더불어 우리 정부 또한 일본의 역사 왜곡 시정에 대한 외교적 노력은 물론 불필요한 역사 논쟁보다 국민의 역사에 대한 통합된 인식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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