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겨울 아침, 사월을 기다리며
월곶을 지나 서해안로 방산대교에 다다르니 좌우로 펼쳐진 염전이 눈 덮인 채 안개 속에 잠겨 있다. 안개가 자욱한 길로 들어서면 적막감이 밀려온다.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세상이 잠잠해진다. 이 순간, 내가 혼자가 된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이 고요 속에서 문득 어수선한 세상이 떠오른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세계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 소신 없는 한국의 외교가 떠올라 답답함이 밀려온다. 나 스스로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안개 속 시야가 답답하게 막히는 것처럼 그 미래가 막연하다.
멀리 흐릿한 적색신호등이 보인다. 분명 이 넓은 서해안로를 혼자 달리는 것이 아닐 텐데도, 새벽의 안개는 나를 세상과 분리시켜 버린 듯하다.
그리고 기다림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채운다.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되었는데도, 나는 벌써 피어나지 않은 사월의 목련을 기다리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삶이 안개처럼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겨울에도 사월의 목련을 기다리는 마음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새벽 안개 속에서, 기다림이라는 소망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 기다림은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