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추종 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계엄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정면으로 제한하는 비상 수단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헌법이 규정한 절차와 요건을 무시한 채,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불법적 행위로 평가된다.
다행히 국민과 국회가 합심하여 계엄 해제를 결의함으로써 더 큰 혼란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계엄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정당성과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배제한 조치였다.
대한민국 헌법은 계엄을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전시 상황이나 이에 준하는 중대한 안보 위기 시에만 허용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할 만한 안보적 위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정치적 갈등과 혼란은 어느 시대나 있을 수 있는 문제지만, 이를 계엄이라는 수단으로 해결하려 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더 큰 문제는 계엄 선포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조차 배제된 채, 대통령 측근 몇몇의 독단적 판단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권력의 집중이 가져올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가를 운영하는 리더십은 국민과의 소통과 합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독단은 리더십이 아니라 독재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다. 세계 주요 언론은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강하게 비판하며, 한국이 독재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피와 땀으로 이룩한 민주적 성과를 국제적으로 평가절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코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며, 그것을 지키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다.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큰 위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민과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며 민주주의를 수호한 것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성숙한 시민 의식과 정치 체제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교훈 삼아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민주적 절차와 원칙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분열을 멈추고 국민을 위한 통합적 리더십을 보여야 하며, 국민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더욱 깨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한 번 얻었다고 끝나는 체제가 아니다. 매 순간 지키고 가꿔야 하는 살아 있는 가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발행인 이윤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