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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자, "역사 수정주의가 판치는 일본 사회에 진실을 쫓는 사람들이 있다"
  • 이다인 기자
  • 등록 2023-09-04 13: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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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일본의 우익 세력은 침략의 역사와 아시아 국민에 대한 각종 범죄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신문 해외 인터넷 사이트는 일본의 역사학자 이시다 다카시 상하이교통대 부연구원을 인터뷰했다. 이 내용을 본지에 번역 전재한다. (편집자 주.)


일본 역사학자 이시다, 중국신문과 인터뷰 장면 (사진: 중국신문) 

2차 세계대전 당시 수백만 명의 일본 군인이 전쟁터로 보내졌다. 패전 후 일본 정부가 동맹국의 대일 전범재판 결과를 공식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침략'이 아니라 '자위'라고 망언하는 전쟁 체험자와 언론, 나아가 정치인도 적지 않다. 전쟁 포로와 주민을 대량 학살하고 여성을 군대 위안부에 강제 동원하는 등 전쟁범죄의 책임이 자위라는 틀을 훨씬 넘어섰다는 것을 알고도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직접 지휘하거나 직접 학살을 자행한 장병들은 전쟁터에서 일본으로 돌아와 진실을 전하기는커녕 반성 없이 사회에 복귀해 전후 부흥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고 이시다 씨는 전한다.


전쟁을 직접 경험한 이들은 전쟁터의 실상을 숨기거나 죄의식이 희박해 학살을 '전쟁은 참혹하다'고 가볍게 묘사했다. 이로 인해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 사회에서 일본의 전쟁 중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 행위에 대해 언급은 거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전쟁터의 진실을 말하지 않는 전쟁 체험자와 전쟁범죄를 은폐하거나 미화하는 우익 세력은 공범 관계라고 이시다씨는 주장한다.


이시다 씨는 할아버지가 참전했지만 전쟁 얘기만 나오면 고생했고, 어린 자신은 전쟁이 비참하다는 것만 알 뿐 전쟁과 평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다고 말한다. 중고교 시절인 1980년대 이시다의 교과서는 일본의 타국 침략이라는 표현을 최소한으로 소개했을 뿐 침략전쟁 전체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젊은이들도 은연중에 그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침략을 반영하는 사회적 목소리는 1980년대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NHK 특집 프로그램 등 일부 진보 언론과 연구자에 한정돼 있었다. 물론 일본사회당, 일본공산당 등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인구의 주류를 차지했다. 냉전 종식 이후 일본 사회는 가치관의 다양화, 인터넷 보급 등의 조류를 거치면서 침략 사실을 은폐하고 일본을 미화하는 전쟁관이 활성화되고 역사 수정주의가 횡행하면서 전후 세대의 사상을 뒤흔들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침략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묻는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차별받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이시다는 주장한다.


욕을 먹고 차별과 공격을 당했다.


이런 왜곡된 전쟁관 속에서도 누군가는 중압을 견디고 진실을 탐구한다. 1957년 신중국 재판을 받고 풀려난 일본 전범들이 중국 반환자 연락회(중귀련)를 결성했다. 죄가 많았던 그들은 일본 침략전쟁의 진실을 곳곳에서 소개하며 눈물까지 흘리며 믿기지 않는 잔혹한 범죄를 공개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도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이시다 교수는 말했다.


이시다는 이들 전범들이 신중국 재판이 열리기 전 오랜 기간 공부와 반성을 거쳐 침략 범죄를 인정하고 침략 전쟁의 본질을 깊이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이 내뱉는 정의의 목소리는 사회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고 비난과 욕설까지 당했다. 보통 일본 국민은 편견과 차별을 갖고 귀국 전범에게 '이류(異類)'의 눈초리를 보내며 '세뇌'를 당한 배신자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많은 '중귀련' 회원들이 사회에서 고용 차별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후손들의 취업마저 방해받고 있다. '중귀련' 회원들 중 아내와 아이들이 사회적 불공평과 차별을 겪는 사례는 드문 일이 아니다. 경찰의 감시를 받아 말년에 이르러서는 온 가족이 가난하게 사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중귀련 가족들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생각을 계승하기는커녕, 적지 않은 가족들이 나를 연루시키지 말라는 마음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중귀련에 이어 신세대 중 정의로운 사람들은 역사적 사실을 파헤치고 진리를 고수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시다 씨는 친구 마쓰노 세이야 씨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마쓰노 마코토도 수년간 일본군의 독가스전과 세균전에 관한 사료 발굴에 힘써왔으며, 이런 학자들은 일본에서도 의외로 유무형의 다양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시다는 요즘 일본 사회는 전통적인 우익 외에 인터넷을 이용해 여론을 조성하고 이슈를 부추기는 '인터넷 우익'이 많다며 특히 조회수가 높은 야후 리뷰는 실존 역사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겨냥한 중상, 협박, 차별적 발언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마쓰노는 증거가 충분하고 입증된 수준 높은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했지만 대학 연구 시설을 사용할 수 없었고 항상 자비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20년 이상 민간 학자로서 연구에 참여해야 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마쓰노 뿐 아니라 고교에 재직하며 전쟁 책임을 끝까지 묻는 진보적 학자들도 있다. 진보적 학자들의 사택과 재직 중인 대학 주변에서는 우익들이 홍보차를 앞세운 공격자료를 배포하고, 비방전화로 괴롭히고, 학생 모집을 교란하고, 학교를 폭파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온갖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경계 강화로 재정 부담이 커진 데다 스팸 전화 등 악행에 대처해야 하는 학교가 있어 교직원의 업무와 학생 공부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중압감에 일본군의 위안부 사례를 적극 검토하던 학자나 관련 연구활동을 벌이던 대학들이 우익세력의 협박과 항의를 잇달아 받고, 채용된 연구자가 취임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일본학교와 우익세력이 동조해 사실을 조작한 역사교과서를 적극 사용 교사들을 압박하는가 하면 학교 측의 압력에 못 이겨 우익에 협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부정적인 역사를 직시하고 교육 연구를 하는 교사, 연구자가 줄어 갖가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이시다 교수가 말한다.


누군가는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학계 따돌림, 사이버 폭력, 사회적 압력...권력심층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마쓰노 마코토도 최근 일본에서 최고기밀로 지정된 731부대 조직 구성에 관한 자료를 발견해 영인본을 중국으로 가져가는 등 일본군의 중국 침략을 폭로하고 역사적 진실을 복원하기 위한 초석을 놓고 있다.


일본 정부는 731부대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마쓰노 씨가 발견한 자료는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나온 것으로 731부대 내부 구성, 구성원 계급 등 구체적인 군 기록물이다.


중귀련 회원들은 다양한 형태로 침략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시다는 중귀련 회원들의 활동이 60~80대 중반으로 정점을 찍은 것이 90년대 역사 수정주의의 대두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말년을 편안히 보내야 할 시기에 회고록을 발간하고, 중일 우호 활동을 조직하며, 안보 강화에 반대하는 행동에 참여했다. 1958년 '중귀련'이 펴낸 전쟁경험 회고록 '침략'은 지금도 재판으로 출간되고 있다.


그들의 노력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귀국 전범의 영향으로 침략전쟁을 반성하는 일본의 전후 세대는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는 게 이시다 씨의 설명. 지난 8월 13일 돗토리현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전쟁전'을 위해 초·중·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는 전시판을 정성껏 만들었다. 동시에 시마네 대학 부속 도서관에는 전범 조직과 개인이 정리한 각종 반전 활동 기록과 회고록이 전시되어 있다. 이들은 '중귀련' 구성원의 미완성 사업을 이어받아 역사적 사실을 복원하는 반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조사연구에서 '중귀련' 등 전쟁 체험자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때부터 전쟁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체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경험이 평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도록 하는 것은 현재의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분쟁 해결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며, 양국 간의 문제를 생각할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민족, 다른 제도 국가의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이론과 실천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시다 씨는 일본 귀국 전범들의 행적을 더 많이 접하고, 역사적 사실을 공부함으로써 우익에 속지 않고 더 많은 젊은 세대가 진실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의 일본 전범재판 연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경종을 울리고 싶습니다." 이시다씨는 협력자들과 '신중국 전범재판과 귀국 후 평화실천'(일·사회평론사, 2022년 말)을 집필했다.


일본 사회에서 침략의 역사를 직시할 수 있다는 목소리는 미약하지만, 어느 시대나 사회의 왜곡된 여론을 무릅쓰고 바로 잡으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 "진실탐구자들을 위해 계속 불을 밝히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사명이기도 합니다."라고 이시다씨는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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